이회창(李會昌)총재의 일정이 일(日)단위에서 시간 단위, 분 단위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이총재는 28일 지구당 대회 참석차 충주에 내려갔다. 29일에는 공천자대회를 열고 내달 2일에는 인천 서·강화을 지구당을 찾는다. 3일에는 경남 창원을 지구당 대회에 들른 뒤 대구지역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다. 4일에는 인천 남갑, 수원 권선, 경기 시흥 등 세 군데를 돈다. 이와 함께 곧 지역별 선대위원장과 대변인을 임명, 선거대책위 구성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당이 본격 선거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총선이 한달 반 밖에 남지않은 만큼 당연한 조치이지만 또 다른 목적이 숨어 있다. 공천 파문으로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려는 것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성격이 짙다.
이에 발 맞추어 선거대책위에서는 대여공세를 시작했다. 홍사덕(洪思德)위원장은 이날부터 매일 티타임을 갖기로 했다. 홍위원장은 이날 『이제 돛대를 올렸다』며 『이번 총선은 DJ 정권의 거짓말, 지역편중인사, 부정부패 등 3가지에 대한 중간 평가』라고 못박았다.
한나라당은 「전선(戰線)의 단순화」를 주요 총선 전략으로 삼았다. 민국당과 자민련을 「「야당표를 잠식하는 들러리 정당」으로 규정했다. 민주당과 한묶음으로 만들어 1대 1로 각을 세우려는 전략이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4·13 총선은 1여3야가 아니라 3여1야의 싸움』이라며 『앞으로 3년간 야당 파괴와 국정 파행, 영구 집권 음모를 허용하려 한다면 민주당에, 지난 2년간의 실정을 심판한다면 한나라당에 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의 공천 인책론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다. 선대본부장을 서청원(徐淸源)의원으로 바꾸고 윤여준(尹汝雋)선대위 종합조정실장이 물러났지만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이날도 『선대본부장 교체만으로는 지도부 물갈이가 미흡하다』고 끈질기게 인책론을 물고 늘어졌다. 지역별선대위원장 인선도 이날밤까지 진통을 겪었다. 예전 같으면 서로 차지하려했던 감투지만 모두가 발을 뺐다. 이 또한 공천 후유증 탓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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