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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전 본선 이변... 이변...

입력
2000.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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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배정자는 기고, 예선 통과자는 난다?올해부터 8강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제31기 SK엔크린배 명인전(한국일보 주최·SK주식회사 후원)의 본선 무대에 새 판도가 형성되고 있다. 2월말 현재 8명의 기사들이 모두 한 판씩 1라운드를 치른 결과 「낙하산 부대」인 전년도 시드배정자는 4명(최명훈 7단·조훈현 9단·양재호 9단·임창식 6단) 중 3명이 패전을 기록했다.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사람은 「바둑 황제」조 9단(상대 김승준 6단) 뿐이었다. 반면 한국기원 소속 기사 전원이 참여하는 1·2차 예선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본선리그에 진출한 예선통과자들(유창혁 9단·최규병 9단·김승준 6단·목진석 4단)은 김 6단을 제외한 3명이 1승씩을 낚아 조 9단과 함께 공동선두 그룹에 나섰다. 8강 리그전은 통례상 7전 전승 내지는 6승1패의 성적을 올려야만 도전권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볼 때 제 31기 도전자는 이례적으로 예선통과자들 가운데서 나올 확률이 높아진 셈이다.

「낙하산 부대」의 열세 이창호 명인의 아성에 도전할 한 장의 티켓은 과연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아직 10개월 대장정의 초반에 불과하지만, 전년도 대회 4강의 자격으로 시드 배정을 받은 「정상급」기사들이 의외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번 대회엔 적지 않은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차세대 선두주자」 최명훈 7단은 1월 6일 본선리그 첫 대국에서 「반상의 괴동」 목진석 4단에게 덜미를 잡혔다. 백 5집반패. 신산(神算·이창호 9단의 별명)에 버금가는 계산력과 끝내기 실력을 자랑하며 명인위를 호시탐탐 엿보던 최 7단은 이로써 목 4단에 역대전적 3승9패라는 수치스런 기록을 남기게 됐다. 두터우면서도 발빠른 전투형 바둑이 특징인 목 4단은 올들어 제19기 KBS바둑왕전, 제12기 기성전 등에서 무패행진(현재 5연승)을 계속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명인전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일부에선 『이번 대회를 계기로 최 7단이 「차세대 선두주자」의 자리를 목 4단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대회 본선 3위에 올랐던 양재호 9단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유창혁 9단의 거센 공격에 휘몰려 251수만에 돌을 던졌다. 명인전과는 유독 인연이 없는 유 9단은 올들어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4강전에서 이창호를 꺾고 결승에 오르는 등 기량이 절정에 있어 유력한 도전자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입단 20여년만인 지난 해 마흔셋의 나이에 처음으로 명인전 본선무대에 진출, 4강까지 오르며 「40대 돌풍」을 일으켰던 임창식 6단은 386세대 기수인 최규병 9단에게 205수만에 백 불계패를 당했다. 이로써 「청년강호」김승준 6단을 불계로 제압한 조훈현 9단을 비롯, 유창혁 최규병 목진석 등 4명이 초반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덤6집반」의 변수 명인전은 국내 전통기전으로는 처음으로 올시즌부터 덤을 「5집반」에서 「6집반」으로 늘렸다. 「5집반」공제제도가 흑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흑선(黑先)의 이득을 한 집이라도 더 상쇄해보자는 것. 하지만 1라운드를 치른 결과 「덤 6집반」은 큰 변수가 아님이 입증됐다. 조 9단대 김 6단의 대국을 제외하고는 4판 중 3판이 「흑승」이었다. 덤을 한집 늘렸어도 여전히 흑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덤이 늘자 흑을 쥔 쪽이 다소 적극적인 공격 전법을 구사하는 경향이 짙어졌지만 대세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선착(先着)의 효(效)가 정확히 몇 집에 해당되는 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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