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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자랑] 을숙도 철새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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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자랑] 을숙도 철새도래지

입력
2000.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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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대도시에 이런 멋진 생태공원은 별로 없어요』지난해 국제습지보전모임인 「람사(Ramsar)회의」에 낙동강 하구 을숙도(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미국 환경외교연구소(EDI) 관계자 일행은 을숙도 현장을 둘러보고 탄성을 자아냈다.

이들은 이곳에서 고니, 가마우지,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어우러져 노니는 모습을 보고는 『이같은 희귀 물새들을 도심 주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은 발견 자체만으로도 세계적 관심사가 된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을숙도는 동양 최대규모의 철새도래지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인근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공단이 개발되면서 철새들의 숫자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부산시와 시민·환경단체들의 보호노력에 힘입어 시민들이 가까이할 수 있는 도심속의 생태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충남의 천수·아산만 등 전국의 철새도래지들이 수천만평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철새들만의 낙원일뿐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을숙도의 「비교우위」 가 여실히 드러난다.

낙동강 하구 개펄과 갈대밭, 모래톱 등으로 이뤄진 을숙도 철새도래지의 면적은 100여만평. 낙동강변 강서·북·사상·사하구 주민들에게는 을숙도가 지적에 있고, 교통사정도 좋아 휴일 마다 부산 전역에서 온 시민들로 북적댄다.

최근 을숙도의 생태계가 날로 파괴되자 부산시는 그동안의 개발계획들을 백지화하고 이 일대를 핵심보전구역으로 지정, 2003년까지 국제 습지보전협약인 「람사협약」에 가입키로 하는 등의 전향적인 을숙도 복원방안을 내놓았다.

2008년까지 낙동강하구 전역에 생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계획은 생태계 활용을 위해 생태학습장과 탐방코스 등을 개설키로 했으며 예약제를 통해 방문객을 엄격히 제한키로 하는 등 사람 보다 철새의 입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겨울철새들이 을숙도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요즈음에는 계절 손님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탐조객들의 발길이 을숙도 갈대밭과 오솔길 사이로 더욱 잦아지고 있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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