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재중동포에 의한 한국인 납치사건이 날이 갈수록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24일 유학생 송모(31)씨 피랍사건이 처음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불과 닷새 동안 밝혀진 피해자만 탈북자 조명철(趙明哲·41)씨, 사업가 김영욱(金榮旭·41)씨, 회사원 서모(30)씨, 재미교포 홍영태(洪榮泰·48)씨 등 모두 5명. 이에 따라 당초 일회성 단순범죄로 치부됐던 사건이 국제범죄단의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범죄 사건으로 양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용의자 대부분이 중국에 있는데다 중국 공안당국과의 공조도 쉽지 않아 수사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일조직의 범행으로 추정
경찰이 이렇게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유학생 송씨 사건과 조명철씨 사건에서 재중동포 최림화(28·여·구속) 박연화(32·여·중국 도피)씨의 통장이 이용된 점 환치기범으로 중국에 도피중인 장낙일(32)씨가 관리하는 계좌가 조명철·김영욱·홍영태씨 사건에 동시에 활용된 점 유인책인 재중동포 최향란(23·여·중국에서 검거) 김선옥(29·여)씨가 조명철씨와 회사원 서씨 사건에 중복 등장하고 있는 점 등이다. 이밖에 낯익은 재중동포나 접객업소 여종업원을 통해 유인해 감금하고 환전상 등의 국내 계좌를 이용한 「환치기」로 몸값을 받아낸 수법도 동일하다.
경찰 관계자는 『어떻든 흑사회(黑社會) 재중동포 범죄꾼들 사이에서 한국인 납치가 「신종사업」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가 피해자 더 있을 듯
유학생 송씨 사건으로 구속된 최림화는 당초 『42만달러만 환전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 수사결과 지난해 9월 이후 이태원 환전상 장모(32)씨가 최씨와 거래한 액수만 140여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사건이 저질러졌을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조명철씨와 회사원 서씨를 유인한 재중동포 「꽃뱀」 최향란과 김선옥이 전문범죄조직의 유인책으로 상당기간 한국인 납치에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의 범죄수법상 피해자가 알려지기를 꺼리거나 보복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해결 열쇠는 중국에
경찰이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은 장낙일과 최향란씨. 중국 공안당국에 검거된 납치사건 관련자 6명 가운데 이들만 유독 3건의 납치사건에 모두 연루돼 있다. 하지만 장씨를 포함한 용의자 대부분이 중국에 있어 경찰은 국내 검거된 최림화의 진술에만 의존, 사건의 주변만을 맴돌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공안당국에 장씨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데다 수사협조 전례도 별로 없어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꾸준히 중국측에 수사자료를 요청하는 한편 국내 수사진의 현지 파견도 협의중이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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