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선거대책위 종합조정실장이 결국 이회창(李會昌)총재 곁을 떠난다. 공천파문과 관련한 인책 요구가 비등한 시점에 이루어진 윤실장의 퇴진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이회창의 한명회」로까지 불렸던 그의 위상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윤실장은 휴일인 27일 오후 이총재를 방문, 『변혁기 당 공천은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공천과정의 역할이 뭐였든 내가 화살을 맞게 됐다. 내가 계속 이총재 가까이 있으면 총재와 당에 부담이 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묵묵부답 윤실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총재는 『알았다』면서도 못내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칼바람 2년간 변함없이 그의 곁을 지켜온 윤실장을 떠나보내는 이총재의 심정은 꽤나 비장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윤실장은 『참모는 어떤 경우든 자기변명을 하는 법이 아니다』라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구구한 억측에 관해선 『내가 공천학살 시나리오를 썼다면 아카데미 각본상감』 『양심에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는 말로 퇴진의 변을 대신했다. 당에서 제의한 선대위원장 자문역을 끝내 마다한 윤실장은 『3월초 미국으로 건너가 선거 끝나고 한참 뒤에나 돌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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