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과학의 빛과 그늘] 노벨상 수상은 여성의 몫?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과학의 빛과 그늘] 노벨상 수상은 여성의 몫?

입력
2000.02.29 00:00
0 0

미국 로스앤젤스의 그리피스천문대에는 천문학자 6명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히파르커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헤르첼이라고 얼마전 그곳 한국어판 인터넷신문이 보도했다. 처음 5명은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음직하지만, 헤르첼을 알아볼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헤르첼은 허셸(Herschel)을 독일어식 발음이다.허셸은 독일 하노버 출신의 영국 천문학자다. 그리고 허셸은 한 명이 아니라 3명이나 된다. 첫 허셸(1738-1822)은 이름이 윌리엄으로 천왕성의 발견자다. 그리고 셋째 허셸(1792-1871)은 그의 아들 존이다. 둘째 허셀(1750-1848)은 윌리엄의 여동생으로 존의 고모인 캐롤라인이다. 원래 독일 하노버의 군악대장이던 윌리엄은 여동생이 빌려온 조그만 망원경 덕분에 천문학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더 큰 망원경을 만들어 하늘을 관측했는데, 그런 망원경을 만들 때 가장 힘드는 작업은 단단한 금속을 갈아 반사경을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과 달라서 하나하나 손으로 갈아 만드는 고되고도 정교한 작업은 바로 여동생 몫이었다.

이들 오누이는 영국으로 망명하여 활약하기 시작했고 천문학자로 크게 성공했다. 1781년 천왕성을 발견했고 그들의 망원경이 잘 팔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빠가 유명해지는 동안 동생 캐롤라인은 처녀로 집안일을 맡고, 렌즈와 반사경을 갈아만들고, 복잡한 천문계산을 도맡았다.

과학사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는 유난히 차디찼다. 오빠의 그늘에 가려진 캐롤라인 허셸이 있는가 하면 지도교수에게 연구 업적을 도용당해 노벨상을 놓쳤다는 여성 과학자도 있다. 「핵분열」이란 말을 처음 만들었고 발견한 리제 마이트너(1878-1968)도 노벨상은 피해갔다.

오늘날 세상을 바꾸고 있는 유전자혁명의 시작인 DNA의 구조 발견에 큰 역할을 했던 로잘린드 프랭클린(1920-1958) 역시 여성 차별의 문제가 얽혀 있다. 이 업적에 대한 노벨상은 1962년에 수여됐고, 4년 전에 그녀는 38세의 나이에 암으로 저 세상으로 떠났다. 어차피 살아있는 과학자에게만 주는 그 상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박성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