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까지 하루 25km씩 걸으며 한국 '길' 연구한국어로 어른께 여쭈는 일이 여전히 쑥스럽다는 도도로키 히로시(轟 博志·30)씨. 한국 생활 2년을 막 넘긴 그가 한국 여행기를 냈다.
흔히 보는 외국인의 그만그만한 체류기가 아니다. 「일본인의 영남대로 답사기」는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 테마 기행서다.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이같은 책은 처음이다.
500㎞ 영남대로가 배낭 하나 들고 해맨 그의 정성 덕에 살아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는 「왠지 깨끗이 포장되어 먼지 하나 없는 확장도로가 싫어」 일부러 농로를 골라 다녔다 한다. 덕택에 책은 그야말로 오감을 동원해 우리 땅을 누빈 기록이 됐다. 「온돌이 없는 일본에서는 맡을 수 없는 게 연탄(혹은 장작) 냄새다. 이 냄새가 풍기면 마을이 가까워짐을 알 수 있다. 인가가 훨씬 드물었던 조선시대에 이 냄새는 행인들에게 숙식을 얻을 기회를 알리는 「삶의 냄새」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그래서 나왔다.
서울 남대문에서 부산 동래까지, 19일 동안을 발로 답사한 내용이 19장에 걸쳐 기록하고 있다.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50리. 서울~용인 거리다. 최소한 하루 25㎞는 걸었다는 계산이다. 남대문에서 분당 신도시까지를 기점으로, 양산에서 동래부까지가 책의 종점이다.
한국인은 흔히 지나치고 마는 일상 풍경일지언정, 그는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칠곡군 우암창에서 대구 파동으로 가는 길목에서의 기록이다. 「IMF 분식이란 곳에 들어가, 쌀떡볶이를 부탁해 먹었다. 음식을 주문할 때 「시킨다」는 표현은 왠지 음식점 종사자를 얕보는 것 같아서 쓰기 싫다」는,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틈틈히 찍은 사진은 물론, 현장을 확인하며 작성한 지도까지 각장마다 붙어 있다. 샛길은 기본이다. 「마른 옹달샘」까지 놓치지 않는 그의 지도다. 『국도 신작로 오솔길 등 다닌 길마다 애착이 가요』 최근 흔히 듣는 대간(大幹)이란 개념의 의미도 이 책에서 새삼 확인된다. 『대간이란 개념을 체계화하고 국민의 경관 정체성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나라가 한국을 빼고는 없다』
지리학도다운 면밀한 태도는 책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말미의 부록이 그것. 도로 상황을 포함한 현재의 읍지도, 대동지지, 구한말 지도 등을 함께 수록한 것은 물론, 대동지지와 현재의 상황을 일일이 비교한 표까지 작성해 실었다.
26일 서울대 지리학과 석사과정을 논문 「한국의 철도」로 졸업한 그는 3월부터는 박사과정에 도전한다. 2-3년으로 예상되는 이 기간 중 그는 한국의 교통사를 파고 들 작정. 『한·중·일의 교통사 연구가 필생의 목표거든요』 최근 한국의 답사여행 열기는 그를 놀라게 한다. 『교통비가 무지무지 비싼 일본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죠』 그는 1995년 리쓰메이칸(立命館) 대학 지리학과를 졸업한 후 해외여행사 근무를 거쳐 1998년 한국에 왔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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