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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밸런타인 데이, 여성이 선물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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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밸런타인 데이, 여성이 선물하는 날?

입력
2000.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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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남성과 여성이 대등해야한다는 사람이 많은 나라지만 최근 보수적인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는 「규칙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연작 같은 베스트셀러에서 화두가 됐는데, 이 책에서는 남녀차이란 근본적이며 이제는 양성이 공존하기 위해서 성차를 어떻게 다룰지를 배워야할 때라고 주장한다. 성역할만 해도 남자가 여자를 좇아다녔고 여자는 지금보다 훨씬 수동적이었던 옛날처럼 데이트를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공격적이 돼버려 이제 미국에선 남성들이 여성을 초대하거나 선물주는 것, 전화 거는 일에도 겁을 먹게 되었다고조차 주장한다.발렌타인날은 성 역할에 대한 양국 젊은이들의 생각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실례다. 미국 여성들은 비록 이날 남성에게 작은 선물이나 카드를 주지만 비싼 저녁이나 선물, 꽃 같은 것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이 날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무언가를 선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관계를 발전시키기고 싶은 남성들은 여성에게 근사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하는 날인 셈이다. 만일 발렌타인날 여성을 흡족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는 실연의 눈물을 흘릴 각오도 해야한다. 발렌타인날은 남성들이 많은 점에서 실연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이 날은 남성들에게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는 날이라는 미국식 사고에 익숙하기때문에 나는 한국 여성 대부분이 2월14일에 남자 친구에게 선물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리둥절했다. 답례를 기대 않고 비싼 선물을 하는 한국 여성들이 내 눈에는 굉장히 놀랍게 비쳤다.

여하튼 어떤 문화에서든지 대개의 여성들은 애정을 표시하고 싶어한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발렌타인날이 문화적 이벤트처럼 변해 여성들이 부끄럼없이 선물할 수 있는 날이 된 셈이다. 발렌타인날이 상술로 가득차긴 했어도 한국 남녀들이 그날을 보내는 방식은 매우 좋아보이기도 한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미국의 남자친구에게 작은 발렌타인 카드를 보냈지만 보답받지 못해 슬퍼하지 않았다. 대신 카드에 이런 구절을 남긴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문화를 금방 이해해줄 줄 아는 당신의 문화적 감성에 대해 감사를 표시합니다. 3월 14일, 내 한국 여성동지들이 선물을 한아름 받는 것처럼 내가 당신의 로맨틱한 선물을 받는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캐롤라인 셔먼·한국 금융연구원 ·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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