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시장에 「구조조정의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예금자보호 특례제도폐지(2000년1월), 전자금융(인터넷금융), 겸업화허용에 따른 금융권간 벽허물기, 시장개방확대 등으로 금융기관 예금이 우량금융기관으로 몰리는 「자금 대이동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의 존립근거가 없어진 것이다.대부분의 금융전문가들은 『2차 금융빅뱅이 사실상 시작됐다』며 『현재 금융기관(1월말 1,749개) 가운데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은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800여개의 금융기관이 자동 퇴출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컨설팅기관인 매킨지는 최근 특별보고서를 통해 『2010년까지 지금의 금융기관중 3분의 2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현주(朴炫柱)미레에셋대표도 『은행이 지금은 23개나 되지만 머지않아 우량은행 2곳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자금이동이 2차 금융빅뱅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은행권의 자금이동규모가 올들어 2개월동안 약19조원에 달한다』며 『이 가운데 15조원가량이 금융안전지대를 찾아 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이루어진 1차 금융빅뱅(구조조정)은 정부당국에 의해 강제로 추진됐다. 그러나 2차 금융빅뱅은 「시장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예금주들이 2000년1월부터는 금융기관의 예금이 2,000만원(원리금)까지만 보호된다는 점을 의식, 부실이 우려되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빼내 우량금융기관에 재예치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시간이 갈수록 이같은 자금이동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해왕(丁海旺)금융연구원장은 『2차 금융빅뱅은 시장에 의해 이루어지는 만큼 1차 금융빅뱅보다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기관이 자율적인 통폐합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저절로 퇴출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