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를 다투는 성적과 20명도 채 안되는 국내관중.26, 27일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2000년 월드컵알파인스키대회는 한국스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국내 스키를 평정하다시피 한 간판급 선수들은 줄줄이 나가 떨어졌고 주말이면 전국의 스키장을 빈틈없이 메우는 국내 스키애호가들은 대회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먼저 올해 동계체육대회 4관왕(회전 대회전 슈퍼대회전 복합)에 오른 한국스키의 간판 허승욱(A&A스포츠). 첫 날 대회전 1차시기서 38위로 맨하위를 기록한 데 이어 둘쨋날 회전 1차시기에서도 37명중 36위를 차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상위 30명만이 출전하는 2차시기에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국내스키 1인자가 이런 성적이니 다른 선수는 말할 것도 없다. 대회전에 출전했던 변종문(고려대)은 슬로프에서 미끄러져 탈락했고 회전의 강민혁(단국대)은 37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이들의 성적이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키 스피드경기에서 외국선수들에 비해 2초 이상 뒤처진다는 사실. 오죽하면 대회 관계자조차 『탈락 안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을까.
관중석은 더욱 썰렁했다. 전세계 27개국에 위성생중계되는 초특급 국제대회인데도 슬로프밑에 마련된 간이 관중석과 인근 VIP룸에서 국내 관중을 찾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국내 스키애호가들도 리프트를 타고 가다 한두번쯤 무심히 쳐다볼 뿐이었다.
대회 관계자는 『걸음마때부터 스키를 배우는 외국선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뒤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스키팬들이 점심식사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국제대회에 응원은 고사하고 이렇게까지 무관심할 줄은 정말 몰랐다』고 고개를 떨궜다.
용평=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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