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7일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수도권 선거대책회의를 열고 선거관련 현안과 선거대책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한숨소리만 무성했을 뿐 별다른 묘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후문이다.실제로 한나라당이 공천파동으로 극심한 내분상을 드러내고 텃밭인 영남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신당이 출현한 이후 1,000-2,000표 박빙의 표차로 승부가 엇갈리는 수도권 선거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후보는 『공천파동 이후 신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싫어서 투표를 안하겠다는 반응이 많다』면서 걱정을 털어놓았다. 또다른 후보는 『선거조직의 뿌리인 영남지역 향우회조차 흔들리고 있다』고 한숨이다.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수도권 선거의 중요 이슈인 개혁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영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가 갈라지는 표분리 현상이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를 비롯한 수도권 공천 후보들이 당지도부 인책론을 들고 나온데 이어 손학규(孫鶴圭)전의원이 27일 『야권분열 상황에선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 』면서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더구나 97곳에 달하는 수도권 선거구중 절반 가까운 50곳은 확보해야 전체의석의 과반수 확보가 가능한데도 현재 공천을 받은 후보들로는 20여곳만 「안전권」에 들어와 있어 원천적인 경쟁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강남벨트 만큼 중요 승부처로 떠오른 일산·분당 벨트의 경쟁력이 떨어져 수도권 선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당지도부는 일단 본격적인 선거체제 돌입에 따라 공천파동과 당내분이 수습되는 대로 김대중(金大中)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견제론을 내세우는 대대적인 바람몰이를 통해 반격에 나선다는 방침. 이총재는 29일 공천자대회가 끝나는 대로 다음달 2일 인천 서구·강화을 지구당대회 참석을 시작으로 4일 하루에만 인천남갑, 수원권선, 시흥지구당대회에 참석키로 했다. 서청원(徐淸源)수도권선거대책위원장을 선거대책본부장에 임명한 것도 흔들리고 있는 수도권 의원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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