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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48) 나름대로 골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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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48) 나름대로 골프 즐기는 법

입력
2000.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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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라 나스루딘이 죽어서 지옥으로 갔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사탄을 만났다. 나스루딘은 그를 환영하는 사탄에게 말했다.『오 친구여, 나는 이 곳 천국에 오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러자 사탄이 말했다. 『나스루딘이여, 그대는 잘못 알고 있다. 여기는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다』.

다시 나스루딘이 말했다. 『그것은 당신 생각이다. 나는 인도에서 왔고 내게는 이 곳이 천국처럼 보인다』(오쇼 라즈니쉬의 유머모음집 「지혜로운 자의 농담」중에서. 물라 나스루딘은 7세기경 이슬람문명권에서 생성되기 시작한 우화의 주인공으로, 성자 이야기꾼 장사꾼 농사꾼 뱃사공 미치광이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해 우리의 고정관념과 편견 따위를 깨뜨리고 삶의 통찰과 지혜를 알려준다)

핸디캡은 골프의 즐거움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핸디캡이 낮으면 골프의 재미가 더하고, 핸디캡이 높으면 그 재미가 줄어드는가. 많은 골프전문가들이 핸디캡과 골프 재미와의 상관관계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들의 노력은 핸디캡과 골프의 재미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기여했을 뿐이었다. 핸디캡이 골프의 즐거움을 재는 척도가 될 수 없음은 수많은 애버리지 골퍼들이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다.

같은 하이 핸디캐퍼라도 한 두 번의 호쾌한 드라이버샷에 흡족해 하거나 아예 스코어에 신경쓰지 않고 대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담소하는 것 자체를 은총으로 여기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평소에 연습도 하지 않으면서 만족한 샷이 나오지 않는다고 시종 불만에 싸여 라운딩하는 골퍼도 없지 않다.

싱글골퍼 중에도 자신의 최고기록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코어에 별 신경을 안 쓰고 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짜릿한 즐거움을 찾는 골퍼도 있다. 40대가 넘어 골프 재미에 빠진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스코어가 골프의 묘미를 해친다고 아예 스코어카드 없이 라운딩을 했다.

골프의 묘미는 상대적이다. 수많은 골퍼들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골프를 대하지만 모두가 골프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자세와 척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필드는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방민준 편집국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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