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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차별시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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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차별시비 '시끌'

입력
2000.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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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무장 흑인 이민자에게 무려 41발의 총탄 세례를 퍼부었던 뉴욕 경찰관들이 무죄 평결을 받으며 미국이 또다시 인종차별 시비로 들끓고 있다.뉴욕주 올버니법원 배심원단은 24일 아프리카 기니 출신 거리행상인 아마도우 디알로 살해 혐의로 기소된 4명의 백인 경찰관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강력계 형사였던 피고들은 지난해 2월 강간 용의자 추적 도중 뉴욕 브롱크스에서 디알로(당시 22세)를 검문하던중 디알로가 지갑을 꺼내는것을 총기대응으로 오인, 모두 41발의 총탄을 갈겨 그를 숨지게 했다.

인종차별과 과잉 대응 시비를 불렀던 경찰관들은 결국 2급살인과 1·2급 고살(故殺·살의 없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흑인 4명과 백인 8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격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수용했다.

이같은 평결은 곧바로 인종차별 감정에 불을 당겼다. 소수민 인권 단체 회원 등 수천명의 시민들은 맨해튼 중심부와 브롱크스 등지에서 연일『살인경찰 처벌』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맨해튼에서는 3,000여명이 시위를 벌이다 100여명이 체포됐고 27일에는 유엔본부 앞 시위가 예정돼 있다.

이 문제는 또 대선과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도 민감한 이슈로 떠올랐다. 일단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영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은 이 사건 재판전에 『비극적인 살인』이라는 언급만 했을 뿐 더이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파장의 향방을 쉽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에 나선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은 『이번 평결은 인종편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인종편견에 사로 잡힌 사람들 눈에는 백인이 쥐고 있는 지갑은 지갑으로 보지만 흑인이 쥐고 있는 지갑은 총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뉴욕 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경찰관들은 디알로를 검문하는 순간부터 색안경을 끼고 그를 범죄자로 간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할렘에 본부를 둔 소수민 권리 운동가인 알 샤프턴은 1991년 로스앤젤레스 경찰에게 구타당한 흑인 로드니 킹 사건을 상기시키며『당시 경찰관들은 총도 쏘지 않았는데도 시민 평등권 침해 혐의로 기소된 만큼 이번에도 연방검찰이 나서서 시민평등권 침해 혐의로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디알로의 부모를 비롯한 인권단체들 역시 시민 평등권 침해 혐의에 의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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