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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열전] (15. 끝) 백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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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열전] (15. 끝) 백재현

입력
2000.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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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콘서트' 백재현다음주부터 KBS2 「개그콘서트」에서 새롭게 선보일 「난타」공연. 6명의 인물들이 짜장면 배달통, 세수대야, 석유통 등을 두드리며 풀어내는 거침없는 소리의 향연이 또 한번 무대를 달굴 예정이다. 개그콘서트팀이 이전에 난타 공연을 한 적이 있었지만 송승환의 난타팀과 함께 꾸미는 무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가장 눈물겹고, 뜨겁게 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개그콘서트」의 기획자, 「물먹는 하마」 백재현(34). 98, 99년 대학로에서 「포유」「게임」 등 개그콘서트를 준비할 당시 설움도 많았다. 『개그맨이 뭔 콘서트냐』 그것만도 아니었다. 그가 구상하는 개그는 이전 개그 영역과는 사뭇 달랐다. 대학로 개그콘서트 시절 보여준 소리를 이용한 난타개그, 「시스터즈 액터즈」 등 뮤지컬을 패러디한 개그를 할 때 호응도 컸지만 한편에선 비아냥도 많았다. 그가 개그에 이용하려 했던 세트, 음악, 조명 관련 종사들로부터 무시당하기도 했다.

그랬다. 연기로 통해 웃음을 던지는 꽁트형 개그, 말로 웃기는 스탠딩 개그가 있었다면 그가 구상하는 개그는 춤, 소리, 무대설치, 조명 등 다양한 기능과 양식을 활용한 개그였다. 「퓨전 개그」라 이름 붙여도 좋을 그런 개그였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할 얘기가 많아 보였다. 답답한 예 하나를 들어주었다. 대학로 개그콘서트 시절, 『휘영청 보름 달이 뜨는데…』 대사 부분에서 조명이 잘못해서 찌그러진 달을 만들어 비췄다. 사람들이 배꼽을 잡았다. 거기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조명을 더욱 활용했다. 대사와 조명을 어울려 교묘히 개그적 상황을 연출했다. 그렇게 3개월 내내 공연을 하다가 공연이 끝날 때쯤 조명기사가 무심코 던진 한 말에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형, 조명으로 글자도 만들 수 있는데』. 그걸 활용했으면 더 웃긴 상황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왜 그제서야 그런 말을 하는지.

『송승환의 난타팀과의 합동 공연은 그동안 구상했던 개그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일 겁니다』 고 말한다. 『반복, 연상작용 활용, 과장 등 선배들이 이용한 개그 법칙을 다양한 기능과 영역 속에서 활용하면 새로운 웃음의 지평을 열 수 있다고 봐요』 그가 그동안 기계체조, 탭댄스, 발레, 재즈댄스등을 땀흘리며 배웠던 이유이다.

연말에는 마술을 활용한 개그쇼도 선보이겠다고 한다. 마술과 개그의 결합, 얼핏 떠올려도 색다른 맛을 준다. 물론 그는 마술 전문가가 아니다. 마술가들과 합동으로 무대를 꾸밀 생각이다. 예전에 이런 구상을 했다면 냉대만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그 콘서트」의 성공이 있다. 난타팀과의 공연도 그래서 가능했다. 최근 그는 처음으로 단독 CF도 찍었다. 본인 스스로도 의외였던 것은 보통 개그맨들이 과자, 음식류를 많이 찍는데 비해 이번에 들어온 것은 프린터CF라는 것. 『아이디어맨, 기획자의 이미지로 많이 봐 주시나봐요』라며 웃는다.

100㎏이 넘는 거구지만 애초 그의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 90년 서울예대를 졸업한 후 2년여동안 대학로에서 살았다. 「아가씨와 건달들」 「캬바레」 등 20여편의 뮤지컬·연극에 출연했고, 공연횟수는 1,800여회에 달한다. 「개그콘서트」의 토양이었던 것이다.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TV 개그계로 뛰어들었다.

92년 KBS2 「청춘 스케치」를 통해 송은이 등과 함께 가능성을 보이는 듯 했지만 곧 그의 무대는 사라졌다. 꽁트 코미디에 마당쇠 등 엑스트라로 기용되며 무명생활을 보내야했다. 94년 방송계를 떠났다가 3년간의 암중모색 끝에 내놓은 대학로 「개그 콘서트」가 성공한 후 99년 방송계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유성, 김미화 선배가 무척 고맙다. 개그 1세대인 전유성 선배가 게임 콘서트 당시 제시해 준 앵콜 개그는 몰락하는 개그계를 위해 던져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TV로 무대를 옮기는데 결정적인 힘을 준 김미화 선배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주요 출연프로그램

92년 KBS2 「청춘스케치」

94년 KBS2 「웃음은 행복을 싣고」의 「에어로빅」

98년 KBS2 「쇼 행운을 잡아라」의 「미시 빨래터」

99년 KBS2 「개그콘서트」(진행중)

▶내가 본 백재현. / 박중민PD (KBS2「개그콘서트」 담당)

그가 처음 방송계로 데뷔했던 프로가 「청춘스케치」였다. 송은이, 조헤련, 홍록기 등 당신 신인들이 모여 만든 이 프로가 지금의 개그콘서트의 모태라 할 수 있는데, 이제야 그 형식이 꽃을 피운 셈이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그는 동세대중 연기와 아이디어면에서 발군의 코미디언이다. 외모가 주는 한계 때문에 그동안 방송에서 빛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 그것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뚱뚱한 외모를 시청자들이 귀엽게 봐주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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