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 2주년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27일로 예정됐던 「국민과의 TV대화」도 취소했고 일각의 사면 건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태준(朴泰俊)총리와의 조찬, 장관(급)과 수석비서관을 부부동반으로 초청, 오찬을 함께한 것 외에는 특별한 행사를 하지않았다. 임명장과 위촉장 수여, 언론사 행사 참석 등 일상적인 활동만을 했고 외부행사를 마친 오후에는 유럽순방과 관련한 자료와 연설문을 검토했다.번잡한 행사나 현란한 홍보 보다는 차분한 직무수행을 택한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정국이 혼돈스러울수록 묵묵히 국정을 수행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국민에게 더 어필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형의 조용함과는 달리 김대통령의 소회는 평범하지 않은 듯했다. 『자민련의 공조파기 선언에 김대통령은 무척 가슴 아파했다』는 주변의 전언에서 김대통령의 착잡한 심경이 어렵지않게 읽혀졌다.
그렇다고 김대통령이 주저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총재 시절부터 그랬듯이 김대통령은 상황이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국면돌파의 의지를 더 다잡고 있다. 지난 2년의 국정성과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김대통령이 장관·수석비서관 오찬에서 「국민 68%가 지난 2년의 국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한 언론사의 조사를 예시하며 『국민의 애국심과 정부 노력이 합쳐진 결과』라고 평했다. 김대통령은 『국민 82%가 앞으로 잘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황송하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다같이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한편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들은 축하 인사말과 다짐 등을 간략히 적은 커다란 카드를 선물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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