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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전통 英로이드 파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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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전통 英로이드 파산하나

입력
200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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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였던 영국의 로이드사 파산위기에 처했다. 로이드는 빙하와 충돌해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해상보험을 책임졌을 뿐 아니라 세계적 여배우 베티 그래블의 다리 보존에 100만달러, 가수 스프링스턴의 목소리 보존에 600만달러의 보험을 체결한 것으로 유명한 보험회사.현재 세계보험시장의 2%를 점유하고 있지만 한때 10%를 점유했던 로이드사가 이처럼 침몰의 위기에 몰린 것은 1969년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에서 비롯됐다.

석면으로 산업재해를 입은 클라렌스 보럴이라는 근로자가 11개 석면회사에 대해 작업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석면회사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이후 관련소송이 봇물을 이뤘다. 이 소송의 종착지는 석면회사의 보험회사인 로이드였다.

로이드는 막대한 손실에 직면, 새로운 투자자 모집에 나서며 「빚을 내 빚을 갚는 폰지게임」에 돌입했다. 이 결과 1960년대 중반 100만달러 이상의 투자자가 6,000명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말에 3만4,000명으로 급증했다. 게다가 100만달러 미만의 투자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러나 로이드는 1989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에 대한 보상과 1992년 엑슨 발데즈사의 석유유출사고에 따른 보험료 지불 등으로 1994년에는 적자가 44억달러에 달하게 됐다.

문제는 로이드사가 투자자를 신규로 모집할 때 석면회사와 관련한 소송에 직면한 사실과 재정적 문제를 고의적으로 숨겼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신디케이트로 구성된 로이드는 투자자들이 보험영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대신 회사의 손실을 개인 재산으로 보전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위험한 재정상태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투자한 사람들이 로이드사의 모든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로이드는 의회를 설득, 모든 책임을 투자자에게 돌렸다. 피해자가 투자손실과 관련, 회사의 고의성을 입증할 때만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회의 결정에 힘입어 로이드는 1982년 소송에서 벗어났다.

또 의회의 지원아래 1996년 재보험사를 설립한 로이드는 1993년 이전의 빚과 소송은 재보험사가 책임지기로 투자자들과 협상을 타결하며 파산의 위험을 벗어나는 듯 했다.

그러나 1996년 당시 이에 반대한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 로이드가 만약 패소하면 수십억달러를 배상해야돼 결국 파산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다.

영국 사회 전체는 내주 열릴 이번 재판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로이드가 파산하면 미 최대증권거래회사의 설립자인 찰스 슈왑,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 등 유명인사들 역시 수백만달러를 날릴 판이다.

현재까지 30여명이 로이드와 관련해 자살하기도 했다. 보험왕국의 로이드가 과연 타이타닉과 같은 운명이 될 지 주목된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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