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조명철씨 납치사건은 겉보기에 단순한 납치강도 사건같지만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 주요 탈북자의 신변안전관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한 점이 두드러진다. 또 사건진상과 책임소재를 경찰과 국정원 등이 마냥 숨기려 한 구석이 많은 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한국인 납치사건이 빈발하는데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에 대해 우선 갖는 의문은 조씨같은 주요 탈북자가 어떻게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도 아닌 범죄조직에 납치당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느냐다. 북한 고위관리의 아들인 조씨는 김일성대학 교수로 있다가 94년 탈북한 인물로, 일반 탈북자와는 다른 신분이다. 이런 인물이 북한의 공작활동이 가장 자유로운 중국에서 신변보호없이 술집까지 드나들다가 납치된 경위는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은 조씨가 탈북 2년이 지나 신변보호대상이 아니고, 그동안에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자격으로 미국 일본 중국 등을 탈없이 여행했다고 해명했다. 또 사회로 나간 탈북자 신변보호는 경찰소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씨같은 인물의 해외 신변안전을 경찰이 맡는 것부터 경찰능력으로는 어렵고, 실제 경찰은 사건뒤 국내 수사만 소극적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국정원 해명대로라면 조씨의 신변안전을 방치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또 해명과 달리 어느 기관이든 그를 베이징에서 보호했는데도 사건발생을 막지 못했다면, 중대한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조씨와 함께 납치된 동료 연구원이 납치범들에게서 쉽게 탈출한 경위가 납득되지 않는 점등으로 미뤄 보호를 맡은 기관이 치명적 실책을 숨기기 위해 사건의 전모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든다.
조씨의 여행목적이나 사건경위를 모두 밝히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사건이 공개되고 국민이 의혹과 개탄을 표명하는 상황에서는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리고 재발방지를 다짐하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맡은 일에는 조무래기 범죄꾼보다 어설프면서, 특수성을 내세워 책임을 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조씨사건을 비롯해 지난해부터 중국에서는 한국인 납치강도 사건이 9건이나 발생했다. 비교적 치안이 좋은 중국에서 유독 한국인이 범행의 표적이 되고, 여기에 대부분 조선족이 연관된 사실은 말썽많은 우리 여행자들의 과시적 처신이 중요한 범행유인(誘因)이라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교민과 여행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중국 공안당국의 적극대책을 요청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여행자들 스스로 처신에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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