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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은 한번도 받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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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은 한번도 받지않았다"

입력
200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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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법정 미결수 탈주는 사전에 막고,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주범 정필호(36)는 최소 1개월여 전부터 흉기를 만드는 등 탈주를 계획했지만 교도소측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초동단계에서의 늑장 대응과 허술한 검문·검색으로 일관, 대형사건은 시민신고로 해결된다는 선례를 재확인시켜 주었다.관련기사

탈주범 2명 검거…주범 정필호 추적중

○…주범 정필호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감방 내 창문에 설치된 쇠철망 가장자리 부분 쇠붙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교도소측은 정이 수용됐던 미결사동 내 3개 독거 창문에서 재소자 자살방지용 쇠철망 가장자리를 고정시키는 쇠붙이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사실을 확인했다. 쇠붙이는 두께 0.3㎝, 너비1.5㎝정도로 정이 하루 30분으로 제한된 운동시간을 이용해 뜯어냈거나, 건물이 노후된 탓에 저절로 떨어졌을 것으로 교도소측은 보고 있다. 교도소 관계자는 『정이 쇠붙이를 벽에 대고 갈아 흉기로 만든 뒤 교도소에서 법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장현범과 노수관에게 건네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도소측은 그러나 미결사동 내 수감자 식사제공과 청소를 담당하는 기결수들이 정에게 쇠붙이를 넘겨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탈주범 3명이 교도소 밖으로 흉기를 가지고 나올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교도소 X-레이 검신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교도소에 따르면 24일 오후 피고인 158명이 법정으로 가기 위해 교도소내에 설치된 검신기를 통과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검신기는 재소자의 쇠붙이 등 각종 자해, 또는 위해물질을 발견, 이상이 발견됐을 경우 빨간 불이 켜지는 기기. 그러나 이 검신기는 교도소측이 구입한 지 10년이 넘어 자주 고장을 일으켰으며 이날도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교도소 관계자는 『피고인은 많고 교도인력은 부족해 검신기에 몸수색을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자주 고장을 일으켜 제대로 몸수색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전국 1,300개 검문소에 6,000여명을 배치, 검문·검색을 실시했으나 탈주범 일당은 이날 오전7시17분 시민신고가 있을 때까지 15시간32분 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서울로 잠입했다. 이날 검거된 노수관과 장현범은 경찰에서 『승용차와 택시, 지하철 등을 이용해 서울로 들어오는 동안 경찰 검문은 한번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날 전남 순창군 금과면 검문소 앞에서는 산길로 우회, 경찰 검문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톨케이트에서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탈주범 3명 중 이날 경찰에 붙잡힌 노수관과 장현범(31) 2명은 법원에서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뒤 법원에서 탈출을 감행했다. 노수관은 안마시술소 등지에서 강도 행각을 벌여오다 지난해 12월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검거했다. 당시 경찰은 노가 후배와 통화한 내용을 확인, 선배의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남부지원에 나온 장현범의 애인과 함께 있던 노를 격투 끝에 검거했다. 경찰은 또 법원에 출석한 애인과 노를 상대로 수사를 벌여 장도 검거됐다.

○…탈주범 3명에게는 기존 특수강도 등 혐의 외에 특수도주 등 혐의가 추가돼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교도관을 흉기로 찌른 정필호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죄와 특수도주죄, 도주 당시 차량 2대를 훔친 데 대한 특수절도죄가 추가된다. 노와 장은 교도관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은 만큼 특수도주죄와 특수절도죄만 적용할 수 있으나 범행을 공모했다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도 성립할 수 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는 징역 3~15년, 특수도주는 7년 이하의 징역, 특수절도는 징역 1~10년형을 선고할 수 있고, 기존 특수강도죄에 대해서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노와 정을 경찰에 신고한 장모(38)씨는 『오전7시15분께 서울 중구 평화시장 내 가게로 출근한 직후 옷차림이 이상한 30대 남자 2명이 들어와 옷을 구입했는데 마침 읽고 있던 신문에 난 사진 속 탈주범들의 인상과 비슷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탈주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겁먹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며 『이들이 입은 바지가 시중에서 볼 수 없던 종류였고 푸석한 머리 등이 수상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은 장씨에게 보상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탈주범 노를 검거한 중부경찰서 을지6가 파출소 최운영(27) 김병욱(29)순경을 1계급특진시 켰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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