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에서 단장까지…」. 축구선수출신으로는 가장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 전부산대우축구단의 안종복단장이 30여년간 정들었던 축구계를 떠난다.안 전단장은 25일 『부산대우를 인수한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축구단 고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정작 내가 설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 이를 정중히 거절한다』고 밝혔다. 안 전단장은 차범근전대표팀 감독과 경신고 동기로 고려대 시절까지 수비수로 활약했다.
다리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그는 1979년 대우에 입사, 축구단 주무와 사무국장, 축구협회 기획실장을 거치며 「축구행정가」로 이름을 쌓아갔다. 대표팀 주전중 절반이상이 대우선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카우트에 뛰어났다.
대우가 98년 전관왕 등 리그 4회 우승의 최강팀으로 군림한 것이나 지난해 관중수 1위(45만7,399명) 등의 사례는 그의 행정력을 잘 말해준다. 98년에는 국내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5억여원의 흑자를 기록, 축구단의 운영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선수를 보는 안목이 남달랐다. 경력이 화려한 외국용병들이 대부분 한국무대에서 실패했지만 샤샤, 마니치 등 그가 스카우트한 선수는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고려대 시절 무명 홍명보를 대표선수로 천거한 것도 바로 그였다.
현대산업개발이 고문으로 영입하려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그 역시 축구계를 떠나기 싫다는 마음에 일주일간 고민했다. 그러나 회사에 남는 것이 대우와 김우중전회장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에 섭섭한 부분도 많다.
현대산업개발이 대우인수 때 내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김호곤연세대감독의 총감독 임명은 어찌됐든 김태수감독 등 코칭스태프를 그대로 유임시키기로 한 당초의 약속을 어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구단직원들의 경우도 1년 고용계약직으로 승계하는 처사는 도의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안정환이 새 구단과 해외이적문제를 명확히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등 문제가 산적해서인지 축구계와 결별하는 그의 마음은 영 개운치 않다.
『축구계를 떠나도 언젠가 다시 축구를 위해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떠나고 싶지 않은데 떠나야 하는 그의 눈엔 눈물이 글썽거렸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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