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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高 교사들 "담임 맡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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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高 교사들 "담임 맡기 싫어"

입력
200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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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담임맡기를 꺼린다.이 때문에 일선 중·고교들마다 새학기를 코 앞에 두고 담임 배정에 골치를 앓고 있다. 「담임 기피증」의 주 원인은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과다한 업무.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자칫 사제간 신뢰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교육환경 개선과 함께 담임교사에 대한 「메리트」 부여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G고교는 올 1학기 교사들의 업무배정 희망신청을 받았으나 고작 12명만이 담임을 맡겠다고 나섰다. 결국 교장, 교감이 황급히 교사들을 설득하고 다닌 뒤에야 최근에 간신히 36명의 담임배정을 끝낼 수 있었다.

28학급인 서울 L공고의 경우도 교사 52명 가운데 담임 희망자가 불과 10명에 그친데다, 그나마 대부분이 저학년을 원했다. 할 수 없이 교무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담임을 배정, 억지춘향식으로 떠맡겼다.

이같은 양상은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하다. 서울 Y중도 9학급인 3학년 담임 지원자가 4명밖에 없어 교사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고, 적은 교사수로 인해 거의가 담임을 맡아야 하는 K중학교측은 저마다 개인사정을 대며 『제발 담임을 안맡게 해달라』는 교사들의 「역로비」에 시달려야 했다.

교사들이 담임을 꺼리는 것은 무엇보다 학생지도가 점점 어려워지는 교실환경 때문이다. K고 윤모(36)교사는 『교사들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데다 학생들은 점점 자기 생각대로만 행동하려 해 지도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그냥 수업만 하려고 들지, 누가 아이들 생활지도 책임까지 맡으려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담임을 맡으면 엄청난 양의 「쓸 데 없는」 업무까지 함께 맡겨지는 것도 문제. L고 김모(47)교감은 『담임이 되면 각종 보고서와 학생 생활기록부 작성, 상담업무, 생활지도 등 업무가 과중한 게 사실』이라며 『이러니 사정을 뻔히 아는 교사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라고 난감해 했다.

전교조 한만중(韓萬中·36)기획국장은 『올해 담임수당이 3만원에서 6만원으로 100%나 올랐어도 일선 중·고교의 담임희망자는 수요의 50%도 안되는 상황』이라며 『담임에게 맡겨지는 업무를 대폭 줄이고 학급운영비 등 실질적 지원을 늘리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한준상(韓駿相·교육학)교수는 『이는 학교교육 해체현상의 일종으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현재의 학교교육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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