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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벤처와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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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벤처와 대학

입력
200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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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MIT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보스턴밸리가 스탠퍼드대 주변의 실리콘밸리에 이어 미국 제2 벤처밸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스턴밸리는 투자 규모와 창업 기업 등에서 실리콘밸리의 3분의 1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대학 연구실의 첨단기술 연구 결과가 벤처 창업으로 이어지면서 보스턴밸리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텍사스주립대를 중심으로 한 오스틴·휴스턴밸리와 마이크로소프트 및 워싱턴대 부근의 시애틀밸리 등도 같은 이유로 크게 팽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미국 경제의 중심지가 첨단기술 개발의 중심지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한국의 대표적인 벤처밸리인 서울 테헤란로에는 그러나 대학이 없다. 국내 유수한 소프트웨어업체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이 테헤란로에 집중돼 있는 것은 일종의 군중심리라며, 자연스럽게 형성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벤처기업단지들이 대학을 끼고 있는데 테헤란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형성과정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 벤처기업들을 비롯해 쟁쟁한 기업들이 몰려 있으니 일단 근처에 있으면 투자유치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몰려든 것 같다며, 통신 인프라만 갖춰져 있다면 임대료가 훨씬 싼 다른 곳이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변에 대학이 없다고해서 벤처산업 발전이 당장 큰 제약은 받지 않겠지만, 그래도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것 같아 왠지 걱정스럽다.

■서울대 주변의 봉천·신림동, 연세대와 서강대 등이 몰려 있는 신촌 일대, 고려대 부근의 안암·종암동 등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밤새 불야성을 이루지만, 연구실의 불빛은 아니다. 이들 지역이 먹고 마시고 흔들어 대는 대표적인 소비지역으로 변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대학 부근을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겠다는 안내판만이 가로등의 불빛을 받고 있을 뿐이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를 어떻게 쫓아가려는지 모르겠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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