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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영화「종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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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영화「종합병원」

입력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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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기자의 영화산책] 영화「종합병원」「용병 이반」 「패자부활전」 「꽃을 든 남자」 「러브」 「종합병원, 천일동안」. 이현석 주찬옥 황인뢰 이장수 송지나 최윤석 등 모두 「날고 긴다」는 드라마 PD나 방송작가가 만든 영화들이다. 그들의 드라마는 칭찬과 인기가 자자했다. 『너무나 영화적이다』 『구성과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그 인기와 칭찬을 업고, 취해 그들은 영화로 나섰다. 그것도 많게는 1억원이란 거액을 「스타」란 이름으로 받고. 그러나 결과는 하나같이 참패. 흥행은 다음 문제다. 우선 도저히 영화라고 보기엔 민망할 수준의 작품을 내놓았다. 「베스트극장」 이나 「일요베스트」 을 스크린으로 본다는 소박한 기대마저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단순히 「유능한 PD일수록 영화에 실패한다」는 징크스 때문일까. 「종합병원, 천일동안」(감독 최윤석)을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종합병원…」(3월 4일 개봉)은 5년 전 MBC에서 방송됐던 동명의 인기드라마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미 「여로」에서 같은 사례가 있긴 했지만, 다분히 일본식의 역(逆)제작 방식이다. 제작사가 일본자본회사인 AFDF, 감독이 일본작품 표절로 파문을 일으킨 드라마 「청춘」의 PD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주연배우(신은경)를 그대로 쓴 것, 그의 중성적 성격을 통해 드라마 「종합병원」의 분위기와 인기와 이미지를 살리겠다는 의도. 그러면서 영화는 과욕을 부렸다. 「병원」이란 인생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드라마의 축약본이길 거부했다.

레지던트 1년 차인 은수(신은경)와 시완(최철호)의 순수하고 비극적 사랑의 멜로드라마로 나아가려 했다. 그렇다고 드라마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도 못했다. 그 결과는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 뿐. 인물의 일상과 성격을 에피소드식으로 나열하다 초조한 나머지 급작스럽게 스토리와 감정변화를 전개, 반전시키고 결말을 위해 설득력 없는 상황만을 나열했다.

병원이란 공간은 중반 이후 무의미해졌고, 병원의 중요한 부분인 환자들이 주인공들의 관계와 심리의 반추역할을 하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 그래서 후반 은수가 암에 걸리고, 수석 레지던트(진희경)에게 잠시 빠졌던 시완이 진정한 사랑은 은수라고 깨닫고 돌아오고, 그 사랑을 행복해 하고, 마침내 시완에게 안락사를 부탁해 눈을 감는 은수의 모습이 전혀 애틋하고 감동적이지 않다.

TV와 영화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몰라서 였을까. 영화가 드라마보다 훨씬 정교하고, 강렬하고, 계산적이고,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이 바삐 카메라를 움직이고, 잔잔히 스며든 감정보다는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상황만 나열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이상 PD들의 영화는 언제나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 정도면 되겠지. 드라마도 됐는데』 라고 영화 관객의 수준을 얕보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드라마 PD가 만든 영화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종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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