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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추진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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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추진회장 인터뷰

입력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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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세기 21세기를 맞아 국학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학 사학 철학을 중심으로 한 국학은 그 방대한 자료의 95% 이상이 한문으로 돼 있어 학자들조차 그 엄청난 가치를 모른채 돌보지 않고 있다. 그 몰이해와 무관심 속에서도 퇴계를 붙잡고 율곡을 붙잡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족문화추진회 이우성(李佑成·75·사진)회장을 시작으로 정신문화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등 국학 연구·교육기관의 현주소를 인터뷰를 통해 짚어본다. 민추는 1965년 창립돼 한문고전 번역과 국역인재 양성에 독보적 역할을 해왔다./편집자주

_조선왕조실록 완간 이후 민추는 요즘 어떤 작업을 하고 있습니까.

『올해 정조 서거 200주년을 맞아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를 완간하는 등 한문고전 40여책을 국역해 발행합니다』

_중요 한문고전을 다 한글로 옮기려면 지금 속도로는 100년이 걸린다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우리 고전」이라고 하지만 민족 구성원 절대다수가 읽을 수 없는데 무슨 고전입니까? 그 민족의 문화형성에 산 자양분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고전은 골동품에 불과합니다. 국역은 바로 한문의 껍질을 벗겨내고 고전의 진수를 누구나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너무나 무관심해요』

_고전국역이 왜 그토록 중요한 것입니까.

『예를 들어 프랑스 사상가 미셸 푸코를 보세요. 그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이 197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을 너머 아시아까지 풍미하고 있으니 굉장히 첨단사상 같지요. 그러나 푸코는 유럽의 「국학」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는 사상가였습니다. 푸코가 근대의 풍경으로 묘사한 병원, 교도소, 사회풍속 관련자료들은 판독이 어려운 17∼19세기 고문서들을 현대어로 옮겨놓지 않았다면 도저히 활용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그 힘들고 빛 안나는 기초작업을 바로 어문학, 사학 등 국학 쪽에서 오래 전에 해놓았던 것입니다』

_세계화 시대에 과거에만 매달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고전은 과거가 아닙니다. 살아 있는 현재이고 미래입니다. 21세기를 문화와 과학의 세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디서 자양분을 얻어 우리 문화를, 정신세계를 가꿀 겁니까.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고 할 때 뭘 가지고 나갈 겁니까. 포스트모더니즘 가지고 나갈 겁니까. 결국 우리 고전을 한글로 현대화해 갖고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영어로도, 독일어로도 번역할 수 있고 인터넷에도 올려 세계를 상대로 발언할 수 있습니다』

_국역을 할 수 있는 인재는 충분한가요.

『그게…, 걱정이에요. 사전 없이, 분야에 관계없이 바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은 남북한 통틀어 100명 정도입니다. 간신히 맥만 이어가는 형편이지요』

_인재양성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연수과정 5년 정도를 거친 사람중에서 매년 5명을 선발, 월 4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며 주야로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으로 30대 박사급 인력을 붙잡기는 어렵지요. 국가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국학은 죽습니다』

이광일기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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