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시시각각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변해가는 무상한 것으로, 집착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남에게 보시하는 것이 최상의 보살도이다.부처님께서 구시라국의 시비왕으로 인행하실 때에, 제석천과 비수갈마천이 왕의 자비심을 시험해 보고자 각각 매와 비둘기로 변신했다. 매가 비둘기를 잡아먹으려 하자 혼비백산한 비둘기는 시비왕의 품으로 피해왔다.
왕은 비둘기의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피가 식지 않은 신선한 고기만을 먹는다는 매에게 비둘기와 동등한 무게로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보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살을 베어내도 비둘기의 무게를 충족시킬 수 없자, 온 몸을 저울에 올리며 이 몸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자비의 복덕은 영원하리니, 위없는 자비의 수행을 위해 내 한몸을 다 바쳐서 비둘기를 구하노라고 서원했다.
감동한 제석천이 본모습으로 돌아와 『한갓 미물인 비둘기를 구하기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아깝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시비왕이 『만약 내 마음 속에 회한이 없다면 마땅히 이 몸이 원래대로 회복될 것입니다』고 대답하자 마자 왕의 모습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
능엄경에서 부처님께서는 눈이 보는 것이라면 죽은 사람이나 눈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눈이 있는데도 왜 보지 못하며, 귀가 듣는 것이라면 죽은 사람이나 귀에 장애가 있는 이들은 왜 듣지 못하는가 반문하시며 안근(眼根)과 안식(眼識)이 모두 완전해야만 볼 수 있으며 이근(耳根)과 이식(耳識) 등등 사람의 모든 기관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장기 이식은 사람들이 서로 생명을 나누어주고 받는 위없는 보살행이다.
또한 부처님께서 한 마리의 비둘기를 살리기 위하여 신명을 아까워하지 않고 모진 고통을 감수하신 것처럼, 병고와 장애에 시달리는 중생들을 치유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심식(心識)이 떠나간 사대를 보시하는 것은 바로 법약(法藥)을 베풀어 일체중생의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이루고자 하는 부처님의 서원을 실천하는 행자(行者)인 것이다./ 경성 스님·해인사 포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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