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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사건 곳곳 축소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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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사건 곳곳 축소의혹

입력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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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축소·은폐하려 했다"귀순자 조명철(趙明哲·40)씨의 납치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신병을 확보한 용의자를 풀어주고 상부에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사건을 고의로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의문투성이 경찰수사

서울 성동경찰서는 3일 조씨의 신고를 받고도 설연휴라는 이유로 납치대금 2억5,000만원을 송금받은 한모(61)씨 등 4명에 대한 수사를 8일까지 미뤘고, 1~2시간 조사후 혐의 불충분을 이유로 귀가조치했다.

조씨의 신분과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이런 소극적 수사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수사전문가들의 얘기다. 경찰은 유학생 송모(31)씨 납치사건 관련자로 체포된 최모(여·38)씨 등에 대해서도 조사사실을 부인하다 23일에야 조씨 납치사건과의 관련을 시인했다.

경찰청 외사과는 또 4일 북경 주재관에게 사건진상을 보고받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물론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외사과 책임자는 『국가정보원에서 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돈유출 막은 경위

경찰은 조씨가 석방대가로 2일 신한은행 양재동지점에 전화해 자신의 계좌에서 한씨의 한빛은행 계좌로 돈을 옮기도록 했으며, 탈출직후 곧바로 다시 전화해 『한씨 등 계좌에 지불정지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해 돈유출을 막았다고 24일 밝혔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는 『경찰이나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아닌 개인이 남의 계좌에 지불정지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2억5,000만원의 출처 등

경찰은 조씨가 송금한 2억5,000만원이 조씨의 일산 아파트 매각대금이라고 밝혔지만 큰 수입원이 없는 조씨가 하룻밤새 거액을 마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

조씨와 함께 납치된 동행 정모씨의 신상에 대해서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정씨가 나이론끈으로 결박된 상태에서 납치범 2명의 감시를 뚫고 탈출한 경위가 명확치 않은데다 조씨가 『나는 동행없이는 다니지 않는다』고 말한 점에 비춰 정씨가 조씨의 보호책임자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입장

성동서 수사담당자는 『중국 현지 수사는 국정원이 맡아 국내 수사상황밖에 모른다』고 밝혔고, 경찰청 관계자도 『기관에서 처리한다는 얘기를 하면 경찰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혀 수사과정에서 「외부기관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경찰 주변에서는 조씨의 신변보호 책임을 진 국정원이 조씨의 피납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 급히 송금 및 지불정지 조치를 하고 경찰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어쨌든 경찰이 최씨 등을 풀어준 12일후 베이징 유학생 송모(31)씨가 다시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당국」의 미온적 대처가 사건 재발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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