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이 점점 더 공부를 잘 하는 걸까?2000학년도 서울대 의예과 신입생 173명중 절반인 86명이 여학생이다. 30%대에도 미치지 못하던 예년과 비교하면 가히 「여학생 약진」이다. 서울대 전체를 놓고 봐도 올해 신입생중 여학생 비율은 36%나 된다. 1998년도에 26%, 작년에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마다 한발짝씩 여학생 비율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학생 약진 현상은 고교입시와 대학 수석졸업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중학교 내신 석차 상위 10% 이내의 학생에게만 응시자격을 주는 서울과학고와 한성과학고의 여학생 입학 숫자를 보면 확연해진다.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20%에도 못미치던 과학고 여학생 비율이 내신성적만으로 선발한 98학년도부터 대폭 늘어나기 시작해 2000학년도에는 40%까지 육박했다.
성균관대는 올해 학부별 수석졸업자 20명 가운데 13명이 여학생이었다. 경희대도 11개 학부중 여학생이 8개 학부 수석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외대도 12개 학부중 8명, 한양대는 11개 학부중 7명이 여학생이었다.
도대체 이런 현상이 왜 갑자기 일어나는 것일까?
현장의 교사들이 보는 표면적인 이유는 입시제도의 변화다. 교사들은 큰 시험 한 판으로 결판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내신성적 등 다양한 항목이 입시에 반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신만으로 진학하는 고교 입시의 경우 이전에 비해 여학생들에게 상당히 유리해졌다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숙제를 내고 과제물을 받아보면 금방 드러납니다. 여학생들은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이 묻어 있는데 비해 남학생들은 대체로 설렁설렁입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내신에서는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수행평가로 성적을 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남녀공학 중·고교 교사들은 전체 평균 내신성적은 여학생들이 근소한 차이로 남학생보다 앞선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성격」이 「성적」을 결정한다는 가설이 등장한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이유로 드는 교사도 있다. 서울 서초고 석금종(石金鍾)교사는 『인터넷, PC방, 담배, 술 등 상대적으로 여학생보다 남학생에게 유혹의 손길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런 분석에는 여학생이 사춘기를 남학생보다 더 빨리 겪기 때문에 중·고교시절을 훨씬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교육학 이론까지 인용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학자들과 여성학자들은 「여학생 약진」현상에 대해 입시제도, 성격, 신체구조 등을 거론하기에 앞서 『딸들에게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를 먼저 꼽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려대 교육학과 임규혁(任閨赫)교수는 『요즘 딸들에게 적당히 공부해서 좋은 데 시집가면 된다고 얘기하는 부모는 없다』며 『당당히 남자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주체로 키우려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최근의 여학생 약진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딸들에게도 엄청난 교육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시대가 「딸들의 약진」을 계속하게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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