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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의 주문? 다시 돌아온 하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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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의 주문? 다시 돌아온 하덕규

입력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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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3집 내놓는 '시인과 촌장'『성모, 교회 다니냐』. 이 한마디였다. 하덕규는 조성모가 교회를 다닌다는 말을 듣고, 그래서 기독교인이라면 「가시나무」라는 단어나 노래에 특별한 애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노래를 리메이크 하는 것을 허락했다.

살다보면 우연이 겹쳐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시인과 촌장」 하덕규의 경우가 그렇다. 『조성모 인기가 높아지니 「가시나무」 를 부른 옛날 가수가 다시 나온다더라』. 1980년대 가요에 웬만큼 관심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말이 하덕규에게 얼마나 억울한 말인지 안다. 그 대신 주위에서 더 화를 낸다.

1980년대 들국화, 김현식, 조동진, 그리고 시인과 촌장은 그 때 젊었던 사람들의 정서를 분할 점거하고 있던 뮤지션들이었다.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필뚝 위에…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지친 어깨 위에…사랑해요 라고 쓴다」 등 「사랑일기」에서 보여진 서정적인 가사, 「고양이」 「진달래」에서 보여주었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에 「얼음 무지개」에서 드러나는 시대의 우울까지 그의 노래는 하나하나 의미있는 시편이었다. 1986년 발표한 「푸른 돛」은 어수선한 시국에 상처받은 모든 영혼을 위로하는 노래였음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안다. 함춘호의 기타 역시 그 서정적 울림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됐었다.

「가시나무」는 「시인과 촌장」의 2집 「숲」(1988년)에 수록됐던 곡으로 「진정한 자유」를 향한 그의 갈망의 염원이 더욱 간절히 드러나는 곡. 「새봄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 같은 동화적 감수성의 노래도 있었다.

1990년에 발표한 하덕규 2집 「쉼」은 기독교적 세계로 기운 그의 음악세계가 확연히 드러나는 곡으로 「시인과 촌장」의 옛 팬 중에선 이 음반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도 꽤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줄곧 그의 내적인 구원의 길을 따라 현대적 기독교 음악(CCM)의 길을 걸어왔다.

3월이면 「시인과 촌장」 3집이 12년만에 나온다. 1997년 그의 짝 함춘호와 만나 「다시 작업하자」고 말한지 4년 만이다. 8개월째 작업중이고, 23일 믹싱을 마쳤다. 『이제 포크 싱어로서 존재와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시절이 「시인과 촌장」 시절이라면, 인간의 궁극적 해답을 찾아 여정을 걸어왔던 것이 그 이후의 음악 생활이었다. 이제 뮤지션으로, 사회인으로 책임있는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와 CCM 가수 하덕규로 나뉘어졌던 두갈래의 음악의 길이 이제 다시금 합쳐지는 시점이 됐음을 그는 알고 있다. 『서정적 기타리스트인 함춘호가 곁에 있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제대로 표현된다』며 함춘호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는다.

3집 음반의 제목은 「다리」. 사람과 사회, 사람과 사람, 의식과 내면 그 이질적인 두 길에 다리를 놓고 싶다는 바램에서 지은 제목이다. 음악적으로도 「다리」의 의미가 강하다. 모던록그룹 「델리스파이스」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통기타와 일렉트릭기타, 하모니카의 단촐한 연주에서 이번에는 만도린, 벤조, 페니 휘슬, 아이리쉬 포크 하프 등 이국적 악기를 사용했다. 아이리쉬 스타일에 얼터너티브 모던록을 접합했다니, 기대가 더욱 커진다.

3집 음반 발매에 앞서 공연도 마련했다. 3월 6-1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의 「시인과 촌장 음악회」(02-3676-3005)에는 「사랑 일기」 「얼음 무지개」 「가시나무」 같은 그의 옛 노래와 신곡인 세가지 버전의 「다리」 등 19곡을 연주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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