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음악은 풍부한 서정과 삶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자신의 음악적 지평을 넓히기 위해 중국 일본 발리 등지의 전통음악을 죽 훑어 본 페터 쉰들러(40·피아노)의 평가이다. 98년 앨범 「Second Flush」에서 한국 민요를 재즈화, 우리와 본격 인연을 맺었던 독일 재즈 캄보 「살타 첼로」의 리더이다. 캄보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는 동생 볼프강(37·첼로)과 함께 클래식의 명문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 출신이다. 색소폰의 페터 레헬(35), 베이스의 미니 슐츠(34) 등 다른 단원 역시 동문이다. 실황 음반 제작 차 들렀던 99년에 이어 두번째 내한길.
20일 입국 직후부터 이들은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도착 2시간 뒤인 오후 1시 KBS1의 국악한마당에 출연, 「옹헤야」 등 우리 민요 연주를 녹화했다(방송은 27일). 21일에는 재즈 클럽 「천년동안」에서 연주, 22일 MBC-FM 「배철수의 음악 캠프」와 23일 SBS-FM 「아름다운 이 아침」 출연에 이어 23일 명동성당 본당에서 파이프 오르간과의 재즈 협연, 25일 조선호텔에서 「임희숙과 디너쇼」 등 짬이 없었다. 가장 큰 무대는 26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의 공연. 22일 MBC-TV 9시 뉴스에서 「살타 첼로」는 『한국 음악에 푹 빠진 독일 재즈 그룹』이라며 2분간 소개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해 그는 재즈 뮤지션은 아니다.
『매일 최소한 1시간은 클래식을 연습한 뒤에야 재즈를 연주할 수 있었죠. 모친에게 클래식이란 사회적 신분 상승의 징표였으니까요』 바흐 라모 등의 교회오르간 연주도 중요한 일과였다.
그러던 그는 17세때 크로아티아 여선생으로부터 재즈에 눈떴다. 이후 그는 집 호텔 콘서트홀 파티는 물론 시내 5곳 재즈 클럽에 가, 열심히 재즈를 연주했다. 『출연료는 보잘 것 없었지만, 재즈를 통해 비로소 나를 볼 수 있었죠』 이후 뉴욕서 1년여 재즈를 체감한 그는 20세때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3번이나 갔다. 살아있는 카운트 베이시, 엘라 피츠제럴드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강은일의 해금과 협연할 그는 『해금과 창 등 한국 음악 어법 수용에 힘쓰고 싶다』고 한다.
『해금이라는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악기가 수백대의 악기로도 표현 못 할 깊은 감정을 감당하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어요』 그는 『ethnic music이다 뭐다 하는 식의 귀에 솔깃한 구분은 언론과 음반사의 편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래식 뮤지션도, 재즈 뮤지션도 아닌 내가 누군지 실은 나도 모르겠다』며 『나는 음악적 경계를 두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99년의 더블 앨범 「Live In Seoul '99」는 현재 유럽 미국 일본 홍콩 등지에 5만장 깔려, 한국의 라이브 음반 제작 수준을 과시하는 계기도 됐다. 마일스 데이비스 등 거물들이 애용했던 바우어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이번 4집 「Salted(짭짤하게 양념 친)」에는 「옹헤야」 「강강술래」 「강원도아리랑」 등 우리 민요가 슈투트가르트 챔버 오케스트라(지휘 데이비드 러셀)의 반주로 실려 있다. 5집은 월북 작곡가 김순남의 「자장가」 등 우리 노래를 포함한 「Ballad」로 계획중.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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