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는가 하면,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낙천자 명단에나 있던 구태의 정치인들이 오히려 요란하게 정치판을 뒤흔들기도 한다. 온통 뒤죽박죽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선거를 통해 가짜와 사이비 정치인을 몰아내고 반드시 우리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자민련의 공동정권 철수선언에 대해 총선을 겨냥한 「한시적 별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만큼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자민련의 이런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이해된다. 민주당이 말은 공조한다고 하면서 자민련 텃밭 충청권에서까지 의석을 확보하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자민련은 불가피하게 동지적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자민련은 또 총선이후를 고려했으리라 짐작된다. 민주당이 과반수를 획득하면 어차피 JP는 찬밥이 될 것이고, 과반수를 못 얻으면 공조를 요청해 올테니 그때가서 비싼 값으로 여여공조에 참여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민련의 공동정권 철수는 DJP 합의의 파기와 같다. 이로써 새로운 계약이 없는 한 DJP 공조는 끝난 것이며, 내각제 개헌은 속시원하게 정리됐다. 그러나 한가지 자민련은 총리직에 대해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박태준총리 자신이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해야 하리라고 본다. 박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자민련 당적을 이탈하는 것이 도리이다.
신당 출현을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많다. 이런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신당추진 세력은 우선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지금의 신당추진 세력은 당의 모태라기 보다 반 DJ·반 이회창등 특정인에 대한 반대집단으로 이해되기 십상이다. 또한 창당작업이 전체적으로 야당의 견제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에 대한 적당한 견제는 민주국가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YS가 현명하게 처신하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만약 YS가 어떤 형태로든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특정지역의 정서에 작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큰 우를 범하는 것이다. 3김식 정치가 복원되는 것을 누구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을 YS 주변사람들은 유의해주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