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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고구려비 수수께끼 드디어 풀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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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고구려비 수수께끼 드디어 풀릴 것인가

입력
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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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학자 참석의 워크숍 열고 재판독 나서..1979년 충북 중원군 가금면 입석마을(현재 충주시)에서 중원고구려비(국보 제 205호)가 발견됐다. 학계는 흥분했다. 1500년이나 된 국내에 하나 뿐인 고구려비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키가 2m가 넘고 앞뒷면과 양 측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내용을 바로 읽어낸다면 삼국시대 관계를 새롭게 밝혀낼 수 있으로 기대되지만, 판독이 어려웠다. 심하게 닳고 상해서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타계한 한국 금석학의 대가 임창순마저 이렇게 말했다. 『사면비에서 1면만 75% 판독 가능하니 아마도 중원고구려비는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중원고구려비의 수수께끼는 드디어 풀릴 것인가. 사단법인 고구려연구회(회장 서길수·서경대 교수)가 재판독에 나섰다. 22일부터 충주에서 「중원고구려비 신석문(新釋文) 국제워크숍」을 갖고 중원고구려비의 비밀을 푸는 데 매달리고 있다. 비가 발견된 지 21년 만이다. 발견 당시 집중적인 연구를 끝으로 그동안 재판독 작업이 없었다. 신라 백제에 비해 고구려 연구자가 국내에 워낙 드문 탓에 관련 논문도 국내 것은 딱 2편 뿐이고 일본에 더 많다.

워크숍에는 고고학·역사학·문화사학·국문학·한문학·서예학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학자 37명과 중국·일본 학자를 합쳐 42명이 참가하고 있다. 그 결과는 26일 오전 10시 충주 파라다이스 웨딩홀에서 발표한다.

발표자는 이 비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정영호 한국교원대 교수를 비롯해 이기백 전 서강대 교수, 박성봉 경북대 교수, 공석구 대전산업대 교수, 이성시 일본 와세다다 교수, 박진석 중국 옌볜대 교수 등이다.

이번 재판독 작업은 가능한 한 모든 탁본을 모아 분석하는 것 외에 과학적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비문을 적외선 촬영해 탁본과 비교하고, 컴퓨터에 입력해 글자 하나 하나를 대조·확인하고 있다. 그동안 맨눈으로만 읽은 데서 오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것이다. 이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글자를 새로 읽어내고 기존 판독의 잘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원고구려비는 당시 고구려와 신라 관계를 보여주는 금석문으로는 가장 내용이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거기에 고구려의 벼슬 이름과 연도가 나온다. 또 고구려가 신라를 동이(東夷), 신라왕을 매금(寐錦)으로 불렀고, 신라왕이 중원에 와서 옷을 받아갔다는 내용이 있어 당시 고구려가 신라를 신하 국가로 거느릴만큼 강성했음을 시사한다. 신라가 북진하면서 곳곳에 순수비를 세워 경계를 표시했듯 중원고구려비는 고구려의 남진을 증명한다.

고구려연구회 서길수 회장은 『중원고구려비에 정확히 몇 글자가 새겨져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판독된 것은 200자 정도로 전체의 절반이 안된다』며 이번 재판독 작업으로 많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것을 기대했다. 고구려연구회는 이번 작업을 토대로 중원고구려비를 재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를 10월 6·7일 서울에서 열 계획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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