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관객은 왕이다] (3) 팸플릿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관객은 왕이다] (3) 팸플릿

입력
2000.02.24 00:00
0 0

팸플릿 정보 너무없다공연이나 전시회 팸플릿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작 필요한 내용은 부실한 채 지나치게 화려해 값만 비싼 게 많다.

오페라나 대형 뮤지컬, 발레처럼 제작비가 많이 드는 공연일수록 팸플릿을 호화롭게 만들어 비싸고 내용은 부실하다. 작품 설명보다는 광고가 훨씬 많다. 주로 그 공연을 지원한 기업 광고다. 고급 종이에 전면 광고로 인쇄된다. 팸플릿이 광고주를 위한 건지, 관객을 위한 건지 헷갈린다. 관객은 돈 주고 광고를 사는 셈이다. 수십년간 한 음악제에 막대한 비용을 지원하는 은행이 팸플릿에 「누가 이 행사를 지원한다」고 단 한 줄 박는데 그치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촌스러운 생색내기 관행이다.

정치인이나 문화계 인사의 얼굴 사진과 함께 줄줄이 이어지는 축사 행진도 즐겁지 않다. 공연 평가는 관객의 몫인데, 축사는 미리 찬사를 늘어놓는다. 관객보다는 유명인의 후광을 과시하는 데 관심이 많은가 보다. 그렇다면 그들끼리 집안잔치를 할 일이지, 관객은 왜 부르나.

성악가들의 독창회 전단에서 우리말 설명 없이 읽을 수도 없는 여러 나라 알파벳으로 제목을 늘어놓은 것도 자주 본다. 노랫말을 우리말로 옮겨놓는 친절은 드물다. 관객은 제목도 내용도 모르는 채 노래를 듣는 수 밖에 없다.

무용 팸플릿은 종종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작품 설명이나 작가의 말은 사춘기 소녀의 어설픈 시처럼 애매해 알아들을 수 없는 독백같고 사진을 여러 장 박아 두께만 늘리곤 한다.

실속없이 화려한 팸플릿은 돈 낭비다. 인쇄비로 수백만원씩 든다. 팸플릿이 비싸기는 미술동네 전시회 도록이 으뜸일 것이다. 기성·신인 가릴 것 없이 일단 두껍게 만들고 보자는 게 미술계의 팸플릿 제작 원칙이다. 외국의 경우 엽서 한 장에 간단히 전시 일자를 알리는 초대문 형식이고 대가나 큰 기획전의 경우에만 팸플릿을 만든다. 우리는 500~2,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팸플릿을 만들어 관람객에게 판매한다. 일부는 그냥 주기도 하지만 이런 허례가 바로 비싼 그림값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신인 작가들은 팸플릿 만들 돈이 없어 전시를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많다. 젊은 작가 중심으로 팸플릿 안만들기 관행이 조금씩 정착되고 있으나 아직은 물량 공세 식의 두껍고 화려한 팸플릿에 많은 작가들이 신경을 쓰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