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단군이래 한 지식인이 만든 가장 위대한 문화적 사건』이라고 자평한 도올 김용옥의 TV 강의 EBS 「노자와 21세기」(월~목 오후10시40분)가 마지막까지 화제성 사건을 예고하면서 24일(목)로 막을 내린다.마지막 강의인 제56강 「승당(升堂)과 도올 눌(訥)함」에서 노장사상을 바탕으로 한국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대국민 선언」을 발표, 또 한번의 화제를 모을 전망이다. 이미 녹화를 마쳤지만 제작진이 발언 내용을 계속 감추고 있어 더욱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강의에 꾸준히 참석한 방청객 120여명에 대한 졸업장 수여식도 있다. 「승당」은 학문의 단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졸업의 의미를 겸한다.
지난해 11월 22일 첫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는 그의 자평답게 그동안 숱한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시청률 1%대를 오르내리는 EBS 방송에서 어린이 프로를 제외한 프로그램 사상 최고로 시청률 6.7%, 평균 시청률 5%를 기록했다. 또한 그가 집필한 「노자와 21세기」는 방송이 나간 2- 3주 이후부터 베스트셀러 종합부문 1위에 올라 2달여 동안 줄곧 정상을 고수했다. 90년대 들어 인문사회분야 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경우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뿐이었다.
TV강좌답지 않게 방송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그의 책을 비판한 기자를 인신공격한 덕분. 21일 방송분에서도 학사 출신 기자들이 석박사들이 즐비한 사회를 좌지우지한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신문에 대한 비판을 재차 가하기도 했다. 그의 공격대상은 비단 신문만은 아니었다. 노장 사상에 어긋나 있는 종교·사상·언론 등 전방위에 걸쳐 신랄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문화적 성공」에는 그의 애창곡 「My Way」처럼 외롭고 고단한 길을 홀로 간다는 선각자적 자신감을 밑바탕으로 한 강단있는 화술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내가 다 읽어봤는데, 별거 없어…」「다른 사람들 모두 그렇게 하지만, 나는 이래」식의 화법은 집단적 감성을 자극하는 데는 매우 유효했다. 또한 디지털문명 앞에 심신이 지친 현대인에게 반문명적 요소를 지닌 노자의 자연사상은 매우 매력적인 「심리적」 대안이기도 했다.
노장사상에 어울리지 않는 불같은 독선적 성격과 학문적 자아도취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강의를 통해 도올은 「문화적 사건」을 몰고오는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재증명했다. 『재미없는 강의는 죄악』이라는 그의 말대로 박력 넘치는 「엔터테인먼트 강의」를 선보인 그는 이번 방송을 끝으로 당분간은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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