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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의 도시를 닮은 여자, '전설'같은 사랑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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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의 도시를 닮은 여자, '전설'같은 사랑으로 온다

입력
200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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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드라마「사랑의 전설」 여주인공 황신혜도시는 세련과 합리로 무장하지만 원천적으로 외로움이 배어나는 곳이다. 겉으로는 철저한 계산에서 나오는 행위들이 무언 속에 한치의 오차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공허함만 가득할 뿐이며 군중을 구성하는 단순한 원자일 뿐. 이 도시의 한 모퉁이에 자리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도시화의 정점 신도시 일산, 한 쇼핑 몰에서 황신혜(37)를 만났다. 그곳에서 3월 6일부터 시작될 SBS 월·화 드라마 「사랑의 전설」(박예랑 극본, 최문석 연출) 촬영이 진행 중이다. 고객들은 그녀를 보고 아우성치지 않는다. 일정한 거리에서 눈길만을 줄 뿐.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황신혜는 도시인의 마음 속에 자리한 공허함을 상쇄시켜 줄 우상이고 신드롬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외모부터 서구적이고 도회적이다. 이마에서 턱까지 직선형태를 이루고 앞니와 입술이 약간 들어간 비비안 리 같은 미인스타일.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동글동글한 우리의 전형적 한국의 미인상과 사뭇 거리가 있다. 이로 인해 「황신혜표」 성형수술이 성행했다. 그리고 그녀가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 착용하는 패션과 액세서리는 유행 그 자체가 됐다. 황신혜는 이런 현상에 대해 기분 좋다고 했다.

관성처럼 진행되는 일상 속에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외롭기에 늘 사랑을 갈구한다. 전부를 거는 사랑이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세련된 사랑을.또한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한다. 그러한 대중 심리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캐릭터의 중앙에 황신혜가 서 있다. 1983년 MBC 「첫사랑」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엔 현실조건에 따라가는 젊은 연인역, 1996년 드라마 「애인」에서 유부남을 사랑하는 유부녀역, 그리고 1997년 「신데렐라」에서 애인마저도 출세를 위해 이용하려는 전문직 여성역, 이 모두가 황신혜의 몫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사회의 변화의 흐름과 함께 가는 행운을 안았을 뿐이라고 했다. 「사랑의 전설」 에서 그녀는 감정보다는 조건을 쫓아 결혼, 일상에 묻혀 살아가다 옛사랑이 나타나면서 흔들리는 30대 주부역으로 변신한다. 미혼, 기혼에 상관없이 애인 권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줄 모양이다.

도시의 화려한 이미지로 무장해 늘 화제의 중심이 된 황신혜. 그녀는 인터뷰중 연신 피자를 먹어대며 격식없이 깔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덜렁거리는 성격이라고 말하는 황신혜의 솔직담백한 모습. 화려함이 사라지고 나이의 흔적이 역력해지면 미련없이 가정이라는 밀실로 들어가겠다는 그녀. 이러한 황신혜의 모습은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렬하게 벗어나고 싶어하는 도시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랑의 전설」에서 그녀는 어떤 모습과 이미지로 도시인의 욕구를 자극할까?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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