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산하 국립독성연구소 주관으로 1999년 시행된 내분비계 장애물질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1998년 환경부가 시범조사를 실시했으나 소규모였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사실상 국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때문에 처음부터 발표 때까지 연구소는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결과는 모유의 다이옥신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연구원들은 물론 국민건강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선진국보다 높은 오염수치를 그대로 발표할 경우 나타날 국민의 경악과 책임추궁에 대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이때문에 소신있게 수치를 발표하는 것이 무척이나 고민스러웠다.
이번 연구에서 모유의 다이옥신이 다소 높게 검출됐지만 시험한 모유가 분만 직후의 초유이므로 농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외국자료를 통해 볼 때 모유의 다이옥신 농도는 월 10% 이상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수유기간이 일생을 통해 볼 때 매우 짧아 다소 높은 농도라고 해도 독성부하량에 이르지 못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후세대에게 오염이 적은 모유를 먹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이옥신 오염도는 점점 낮아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과거에 우리와 유사한 오염정도를 보였던 선진국들이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현재는 낮은 오염도를 보이고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현대사회에서 어느 지역에 거주한다는 자료만으로는 역학연구에 도움이 되지 안흔다. 특히 다이옥신 같은 물질은 장기간에 걸친 노출의 결과이기 때문에 식생활 등 생활습관과 그 외의 많은 요인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결국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시료도 지속적 체계적으로 채취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유나 혈액 소변 정액 같은 인체시료를 연구용으로 장기간 제공하고 상세한 개인생활 자료를 흔쾌히 제공하는 데 무척이나 인색하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온 국민이 민간 연구원이 돼 연구과정에 협조하고 환경보전에 참여하는 자세를 가질 때 우리나라 내분비계 장애물질연구가 이른 시일 내에 세계 수준에 이르고 궁극적으로 오염농도도 낮아질 것이다.
/양규환·국립독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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