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강물이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별빛을 시작으로 가로등, 네온사인, 마천루의 조명까지 세상의 밝은 것은 모두 강으로 쏟아진다. 도시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싱가포르강. 물 가에 빼곡하게 테이블이 늘어서 있지만 빈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맥주거품을 입에 묻힌 사람, 오물거리며 무언가 씹는 사람, 담배연기를 손으로 내젖는 사람…. 어스름 속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가 즐겁다. 그들의 환한 웃음도 강물에 비친다. 편안하고 행복한 저녁이다.싱가포르를 「여행지」로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땅덩어리는 좁고 변변히 내세울만한 휴양지도 없다. 하늘을 찌를 듯 빼곡한 빌딩숲은 휴식 보다는 삶의 고단함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선입견이거나 편견이다. 싱가포르는 오랜 기간 애써 관광자원을 가꿔왔고 이제 과실을 무더기로 따고 있는 우수한 여행지이다. 싱가포르 인구는 약 387만명, 1년에 그 두 배에 가까운 7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간다. 자연조건이 싱가포르에 비할 바 없이 좋은 한국은 지난해 465만여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였고 2003년께나 700만명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의 으뜸 매력은 완벽한 도시가 주는 안온함이다. 도시화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자연에 내쳐지기 보다 도시의 메커니즘에 들면 편안하다. 이미 180년 전부터 치밀한 계획 아래 건설된 싱가포르는 도시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편리한 교통과 숙박시설, 완벽한 치안, 풍부하다 못해 넘치는 쇼핑가…. 이방인이라도 도시적 상식만 있으면 활개칠 수 있다.
그러면서 또한 탈도시적이다. 싱가포르는 푸르다. 「나라 전체가 정원」이라고 말 할 정도로 녹지가 곳곳에 발달해 있고 거리는 온통 숲길이다. 콘크리트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식민지시대(1832~1965년)에 지은 2~3층짜리 목조건물도 내부가 현대식으로 바뀐 채 여전히 삶터가 되고 있다. 100여년 세월의 스펙트럼을 한꺼번에 내비치는 도시의 모습은 결코 삭막하지 않다.
싱가포르에는 공원이 많다. 자연공원이 아니라 대부분 인공이다. 손으로 만들되 공들여 만들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이 많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은 센토사공원. 서울의 여의도 만한 남쪽 센토사섬을 통째로 공원화했다. 역사박물관, 나비박물관, 해양박물관 등 세 개의 박물관과 바다 생물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더워터월드 등이 있다. 남쪽 해변은 관광객이나 국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휴양시설. 푸른 바다에 섬이 떠있고 사람들이 바비큐를 구워 먹거나 캠핑을 한다. 이 바닷가도 돌을 쌓아 섬을 만들고 모래를 실어다 만든 인공해변이다. 센토사공원을 모두 돌며 꼼꼼하게 구경하는 데에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북부 주롱지역에 있는 주롱 새공원은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 전세계 600여종의 8,000여마리 새가 모여있다. 극지방에서 옮겨진 팽귄이 진객이다. 초특급 냉방시설을 한 곳에서도 얼음가루 위에 올라 더위를 식히는 펭귄의 모습이 흥미롭다. 공원 언덕 꼭대기에 있는 폭포는 그 높이가 3O㎙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폭포이다.
싱가포르동물원은 세계 10대 동물원으로 꼽히는 곳. 야생의 정글을 그대로 살린 개방동물원이다. 2,000여종의 동물이 살아가는 모습을 철창의 방해없이 구경할 수 있다. 야간 사파리도 즐길 수 있다. 열차형 버스를 타고 야행성동물을 관찰한다. 모든 공원에서 입장료를 받지만 본전생각은 나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계가 77%로 가장 많고, 말레이계 14%, 인도계 7% 순이다. 이 민족들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또한 서로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시내에는 차이나타운, 리틀인디아 등 각 민족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리가 살아있다. 차이나타운에 들면 중국이나 홍콩, 리틀인디아는 인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동양의 여러나라를 배경으로 제작한 듯한 한국 CF 중에는 싱가포르를 뱅뱅 돌며 모두 촬영한 것들도 있다.
다양한 민족이 어울리는 대표적인 장은 음식과 축제이다. 싱가포르는 맛의 천국이다. 다양한 중국맛과 향기로운 동남아의 맛이 어울렸다. 중국에 없는 중국요리, 「한국의 자장면」과 같은 음식이 많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제격이다. 각 민족마다 명절과 종교기념일이 다르다보니 거의 매달 축제가 열린다. 타민족의 축제에 기꺼이 동참해 서로를 즐긴다. 그들의 축제를 보노라면「단단한 행복」을 느낀다. 싱가포르=글·사진
■[알고떠나세요]
적도에 가까운 싱가포르는 연중 평균기온이 섭씨 26.6도로 덥다. 우리나라 여름복장이면 적당하지만 건물 내부가 모두 냉방관리 되고 있어 얇은 카디건을 챙기는 것이 좋다. 환율은 싱가포르달러가 1달러(1S$)에 약 700원선. 김포공항에서 싱가포르달러로 직접 교환할 수 있다. US달러를 갖고 있더라도 시내 곳곳에 환전소가 있어 불편은 없다.
싱가포르는 「그린 앤 클린 정책」을 펴고 있어 환경에 대한 법이 까다롭다. 자가용을 가질려면 차 값의 10배를 세금으로 내야할 정도이다. 껌은 아예 수입금지품이고 여행객에게도 소량의 껌만 반입이 허용된다.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다가 적발되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많은 벌금을 내야한다.
몸에 해로운 물건, 특히 술과 담배의 가격이 비싸다. 맥주는 종류에 따라 국내의 약 1.5배, 독한 술은 2-3배, 담배는 최고 6배까지 비싸다. 그 밖의 물품은 국내보다 약간 싸거나 비슷하다. 버스, 지하철, 공중전화를 이용할 때 모두 동전이 필요하다. 단위별로 다양한 동전을 많이 준비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호텔 룸서비스를 받거나 방을 비울 때에는 2S$ 정도면 적당하다. 비상시에는 공중전화에 동전을 넣지 않고 8000-820-820번을 누르면 한국에 수신자부담전화를 걸 수 있다. 싱가포르관광청 서울사무소(02)399-5570.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