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외국인 전용 술집 여종업원 살해범이 미군이라는 사실은 다시 한번 한미간 대표적 불평등 사례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문제를 상기시킨다. 미군 범죄수사대는 그간 용의자로 지목돼 조사중이던 22세된 미군사병으로 부터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고 한다. 경찰은 SOFA협정에 따라 23일 피의자를 일시적으로 인계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웃지못할 일은 미군 피의자가 조사도중 범행을 부인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우리 경찰의 모습이다.우리는 불평등한 현행 SOFA협정이 미군범죄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SOFA협정에 의하면 한국의 공권력은 미군범죄에 대해 사실상 속수무책이나 다름없다. 범죄에 대한 응징력이나 처벌력이 미약한 곳에서는 범죄유혹이 억제되기 어려운 법이다. 그간 주한미군 범죄근절운동본부등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SOFA협정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하지만 미국측의 무성의로 이 노력은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미국은 현재 전세계 85개국과 주둔군 지위협정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불평등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사례는 어느 곳에서도 드물 것이다. 일례로 현행 SOFA협정 22조는 미군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된 뒤에야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본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국가들이 기소시점에서 신병을 확보, 철저한 조사를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그간 기회있을 때마다 선린관계를 해치는 이런 불평등 협정의 시정을 한미 양국에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한국 형사제도의 문제점 등을 핑계로 불평등 해소문제를 외면해 왔다. 잘 알다시피 미군범죄의 상당부분이 살인 강도 강간등 강력범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지난 96년부터 작년 8월까지 범죄연루 미군은 656명인데 반해 구속자는 고작 7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범죄가 해마다 흉포화하고 증가일로에 있는데도 이런 불평등협정이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은 주권국가의 체면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이 트집잡는 형사제도 개선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이나 독일보다 유죄율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을 구실로 불평등조항을 그대로 밀고 가려는 미국측의 자세는 부당하다. 미국은 더이상 협정개정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즉각 개정협상에 임해야 한다. 사람 값이 미국과 한국이 다를 수 없는 일 아닌가. 인류는 모두 평등하다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미국태도에 변화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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