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 「봄날」, 극단 아리랑의 「기호 0번 대한민국 김철식」4·13 총선과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유달리 뜨거워질 올 봄, 광장의 연극이 기다린다. 함성과 피의 시간이 있는가 하면, 야유와 폭소도 있다.
임철우씨의 소설에서 빚어 올린 「봄날」. 잘 알려진 사실들의 재현보다는, 당시 광주가 맞닥뜨렸던 지독한 「고립감」에 초점을 맞춘다. 국립극장에서 광주항쟁 공연물이 올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의 마음을 추적해 들어가는 형식이다. 시민의 공포와 분노, 병사들의 맹목적 증오심과 폭력성, 양민 학살, 최후의 날 도청에서의 진압 작전 등이 심리와 사실을 오가며 긴박하게 전개된다.
객석은 우선 무대 위의 스펙터클에 마음을 뺏긴다. 페퍼포그 총기 난사 등 생생한 시가전 장면에 박동우씨의 섬세한 무대 미술이 가세해 차원높은 리얼리즘을 선사한다. 출연진 50명의 열연에다, 당시 기록 영상까지 합쳐진 이 연극은 「도큐라마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의 자리. 극단측의 표현을 빌면 「영극(映劇)」이다. 여기에다 웅장한 합창과 시낭송까지 더해져, 「총체적 서사극」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서울과 광주의 합동 무대다. 광주시가 무대화를 염두에 두고 지난 99년 10월께부터 제작비 5억원 중 3억원을 지원했다. 또 출연 배우 중 19명은 광주 연극협회 소속 배우로 구성돼, 공연 의의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임철우 김아라 공동 각색, 김아라 연출, 장민호 권성덕 신구 김갑수 등 출연. 3월 10-12일 서울 국립극장대극장. 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 6시. 5월 18~20일은 광주시의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02)765_5476
극단 아리랑의 「기호 0번 대한민국 김철식」. 1960년대 민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세 번 출마, 낙선한 어느 민족주의자의 통쾌한 실패담이다. 소설가 최일남씨의 「숙부는 늑대」를 방은미씨가 각색·연출했다.
1944년 동네 코흘리개와 항일비밀결사 조직 결성, 50년 제2대 민의원 선거에 무소속 출마 아깝지 않은 표차로 낙선, 54년 또 출마했으나 경쟁후보 지지자들에게 몰매. 58년 국가보안법 반대 1인 데모를 진행하던 중 고성방가 혐의로 투옥…
젊었을 적 몽양과 백범의 영정을 모아 놓고 곡하고, 민의원 선거에 세 번 출마했으나 번번히 낙방한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가 무대로 나선다. 그는 늘 혼자였다. 1인 유세 아니면 1인 데모.
비련의 연인 애자와의 순정담도 삽입해 객석은 지난간 날의 사랑법도 훔쳐 볼 수 있다. 댄스 열풍에 빠져 있는 요즘 청소년 이야기 등 이 시대의 풍경도 풍성한 마당극 정신에 용해돼 온다. 김철식은 묻는다. 『실패한 나를 보는 오늘의 당신은 과연 성공한 사람인가?』라고.
이 작품은 총선시민연대와 연대해 19일 본집회 직전의 문화 공연 시간인 오후 1시에 종묘-종로 1가까지 거리극 형식으로도 공연된다. 김철식은 여기서도 선량으로 분해 시민들 속에서 총선시민연대의 행동지침을 설명할 계획. 여타 극단측 배우들은 60년대 선거 운동원으로 나서 분위기를 돋군다. 「오봉산 불지르다」로 99년 좋은 연극만들기협의회의 연기상을 탄 박철민 등 출연. 3월 1-4월 30일 소극장 아리랑. 화-목 오후 7시 30분, 금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토·일 오후 3시 6시, 월 쉼. (02)741-533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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