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국 한국에 갈 때마다 김포공항에서의 입국수속 경험은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한국을 찾는 방문객들을 대하는 법무부 직원들의 불쾌한 태도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 우리 조국의 주체성 부재와 한 나라의 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출입국관리소의 입국수속절차를 위한 영어표기가 세계화 시대에 어깨를 맞춘다는 나라로선 온전치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주체는 말할 필요도 없이 한글에서 시작된다. 외국여행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오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내집 대문에 한글은 존재하지 않으며 영어와 한문밖에 없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하다. 이는 한 나라의 주체성에 직접 관련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 나라의 한글이 존재한 다음 영어도 있고 한문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다른 문제는 한국에서 잘못 쓰이는 영어다. 요새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영어교육을 시킨다고 들었으나 과연 얼마나 필요한 영어를 가르치는 지 궁금하다. 출입국관리소 입구에 여행자들을 분리하는 표시판에는 「Korean(한국인)」과 「Foriegner(외국인)」가 있다.
필자의 경우 분명 나 자신은 코리안이지만 그 줄에 설 수가 없다. 문제는 미국 시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누가 나에게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분명히 한국인(Korean)이라고 대답한다. 반면 어느나라 시민이냐고 물을땐 미국시민이라고 대답한다.
요즘엔 한국에서도 얼굴생김이 전혀 다른 인종들이 한국시민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안다. 이는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국가 간의 벽도 낮아지고 있음을 말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 서양인의 모습을 한 한국 시민권자가 외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 사람은 어느 줄에 설 수 있을까.
출입국관리소는 여행자들의 인종이나 혈통만을 물어서는 안된다. 법적 근거에 의한 국적을 물어야 옳지 않은가. 그렇다면 단수형과 단순의미로 쓰여지고 있는 「Korean」은 법적 근거를 묻는 복수형인 「Korean Citizens」로, 「Foriegner」라는 불친절한 단수형은 「Foriegn Visitors」로 고쳐야 할 것이다.
또 한문표기도 「한국시민」과 「외국시민」으로 정확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세계화는 마음을 넓히고 시야를 넓히는 일이다. 해외동포 한 사람의 소원은 오직 혼자만의 것이 아닌 조국 전체의 것이기도 하다는 말을 곁들인다.
/이세방·재미 사진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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