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열전(2)] 섬세하고 거짓없는 소극장 연기로 승부 거는 '최정우'『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인터뷰 중 그는 이 말을 두 번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안다.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 사업으로 타임 캡슐에 묻힌 화제의 공연 「불좀 꺼주세요」의 주인공. 한 극장에서만 1년 11개월 동안 월요일만 쉬고 잇달아 공연했던 데 대한 당연한 보상인지 모른다. 캡슐 안에는 「불좀…」 공연 비디오, 기사 등 관련 자료가 수두룩하다.
창작극 노선, 소극장주의, 롱런의 마술사. 연극 배우 최정우(44)씨. 『대극장 연기, 오버하는 연기는 싫어요』 그에 의하면 최고의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는 소극장 연극이다.
『눈동자 굴리는 소리까지 들리는걸요』 TV와 영화 같은 매체 속의 연기를 못 견뎌하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수공업주의자다. 그의 무대에는 웃음도 박수도 없다. 냉정히 지켜보던 관객 사이를 비집고 하나 둘씩 들려 나오는 탄성과 탄성들은 배우 최정우에겐 최대의 힘. 『교류하고 있다는 뜨거운 감정이 솟아오르죠』
99년 동아연극상은 「오늘」에서 검사로 나왔던 그에게 연기상을 수여해 그의 팔을 치켜 주었다. 『인물의 전형성을 탈피하는 거죠』 비열한 극중 검사에게 인간적 연민을 투사, 그같은 인간에게도 피가 흐르고 있음을 연기해 보였다.
그는 『40줄 들어선 연극 배우가 방송이나 영화에 다리를 걸치는 게 운명이라지만, 나는 소극장에 매달리고 싶다』고 말한다. IMF 이후 연극판이 바닥을 친 만큼, 지금은 진짜 연극을 향해 튀어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
『못 박으러 가다 못통 뒤엎는 놈』 어머니의 표현이 맞는 지도 모른다. 꼬이기만 했다. 유복하게 살다 사업이 망해 졸지에 산동네로 간 그는 청소년기를 거의 실어증 상태로 지냈다. 모친의 친구가 『성격을 고칠 것』이라 해 연극회관에서 배우의 길로 뛰어들었다. 강영걸 김상렬 이만희 등 거물들과 만날 인연이 그렇게 맺어졌다. 1992년 이혼한 그는 혼자 산다.
작년 12월부터는 극단 대학로극장의 「돼지비계」 출연을 위해 연습중이다. 「청춘예찬」으로 자신에게 이미 감동을 줬던 연출자 박근형씨가 연출을 한다기에 출연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 『일단 말이 없더군요』 박씨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에 큰 호감을 느꼈다는, 그 나름의 표현이다.
탈진해 매너리즘에 허우적댄다는 감이 오면, 그는 낚싯대 메고 그냥 떠돈다. 그리고 돌아와 연습 또 연습이다. 나의 에너지를 무대에 다 쏟아 부었다는 「허탈한 충만감」을 위해. 깡패 국회의원 김대두로 변신할 신작은 3월 15~5월 14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또 다른 롱런을 꿈꾸며 공연된다. 장병욱기자
최정우씨는 『섬세하고 거짓말 않는 소극장 연기로 승부 걸겠다』고 말했다. /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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