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의 요람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의 점심시간 모습은 여느 곳과는 사뭇 다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런 몸가짐으로 식사를 하면서 서로를 「탐색」하는 젊은 남녀들이 흔히 눈에 띈다. 직장동료들끼리 몰려나와 왁자하게 떠들며 식사하는 일상적인 모습은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점심을 먹으며 선을 보는 「런치미팅」이 테헤란밸리만의 독특한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22일 M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난 이현창(李賢昌·30·인터넷매트릭스 직원)씨는 『밤낮이 따로 없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선 볼 시간조차 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런치미팅이 성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커플들은 대개 이 일대의 동종업종 근무자들. 정선미(鄭善美·25)씨는 『같은 분야여서 서로를 이해하기 쉽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다』며 『특히 상대가 마음에 안들면 업무를 핑계로 곧 자리를 뜰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곳에 사무실을 둔 인터넷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의 배혜란(裵惠蘭·여)대리는 『런치미팅 신청자가 밀려 스케줄 조정이 어려울 정도』라며 『벤처열풍이 지속되는 한 런치미팅도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 룸살롱 여종업원들 "술시중 들며 정보듣고 주식대박"
『모두들 술자리를 거의 뜨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고급정보니까요』
기술 하나로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는 「기회의 땅」 테헤란밸리가 유흥가 여종업원들에게도 「황금의 땅」이 되고있다. 벤처기업 관련자들이 찾는 술자리에서 코스닥 관련정보가 쏠쏠히 흘러나오기 때문.
실제로 이 곳 A룸살롱 마담이었던 홍모(30·여)씨는 지난해 코스닥상장사인 S기업 관계자들의 술자리에 동석했다가 신기술 개발정보를 듣고는 당장 5,000만원을 투자, 주당 2만원대의 이 회사 주식을 사서 석달 뒤 30만원대에 되팔았다. 무려 5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홍씨는 업소를 그만두고 지금은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일대 유흥업소에서는 이 밖에도 『누가 M기업의 인터넷폰 관련기술 개발정보를 듣고 떼돈을 벌었다』는 등 또다른 「벤처신화」들이 무성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나이트클럽 종업원 박모(23·여)씨는 『이런 성공담에 혹한 친구들이 모두들 테헤란밸리 업소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털어놓았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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