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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뜻밖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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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 뜻밖의 편지

입력
200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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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가을 어느 날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속달 편지 한장이 날아왔는데 그 내용인 즉 나로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자신은 미국 서부 UCLA에서 「60년대 한국소설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다시 같은 제목의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미국 젊은이인데 당신의 단편소설 「탈향」을 번역, 미국 문예잡지에 게재하려고하니 허락해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덧붙여 자신이 그 소설을 번역해보고 싶은 이유는 한국이 현재 처해 있는 분단상황의 아픔이 절절하게 녹아있어, 한국의 분단상황을 지역안보 같은 국제정치 감각 위주로만 접근하는 미국인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욕심에서라는 것이었다. 조금 어색한 구석은 있었지만 얌전한 우리 한글 문장도 가슴깊이 스며와 나는 거푸 스무번 너머 읽고 또 읽고 하였다.

그러곤 당장 응락 편지를 비싼 속달로 부쳤다. 그렇게 여남은 번이나 편지를 주고 받으며 나도 나대로 내 작품집을 비롯, 그의 박사학위 취득에 도움이 될만한 우리측 자료나 우리 대학의 석사, 박사 논문들을 보내주었고 그도 아주 고마워했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한국 여자인 그의 아내가 뉴욕 퀸스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그가 번역한 내 작품 「탈향」은 영광스럽게도 컬럼비아대학에서 금년말쯤 나오게 될, 조선조 이후 오늘까지의 우리나라 대표 단편소설들을 세 권으로 묶은 속에 들게 될 것이라고도 알려왔다.

나는 작년 9월 스웨덴 도서전시회 초청을 받아 그가 번역한 「탈향」을 갖고 갔고 곧 이어 그는 우리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춘 내 단편소설 모음을 한권 번역할 의향에서 한국정부의 지원을 요청, 작년 가을 선발이 되었는데 「탈향」번역을 읽어본 우리 심사위원께서는 명번역이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미 폴란드에서 내 장편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이 번역돼 나왔고 지난해 12월에는 멕시코에서 「소시민」이 번역돼 나온 터요, 바로 모레에는 일본의 이름있는 출판사 신쵸(新潮)사에서 역시 「남녘사람 북녁사람」일어판이 나오게 돼 도쿄(東京)로 건너갈 판인 것이다. 이러니 나로서야 앞으로 이런 일들이 두고두고 잊히겠는가.

/이호철·소설가·경원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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