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전국의 의사들이 여의도에 모여 「의권수호 쟁취」를 기치로 궐기대회를 열었다. 노동쟁의 현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삭발 의식도 등장했다. 현 의료제도 아래서는 진료에 전념하기 힘들 뿐더러 정상적인 경영도 불가능하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 입장에선 지금의 의료환경을 고려할 때 당연한 권리행사로 받아들이고 있다.그러나 의사들의 이런 행동을 접한 국민과 언론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진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를 외면한 채 진료실 밖으로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문 닫은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을 인터뷰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을 주로 보도했다.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국민과 의사,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지금의 비정상적 의료환경을 조성한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가. 과연 의사는 이같은 비난을 감수해야만 하는가. 「10년이 넘게 의학공부를 했다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지내야 하나」라는 일반적인 정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분명한 것은 현 의료환경은 환자와 의사, 누구에게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환자는 환자대로 진료 내용에 대해 불만이 커질 것이고, 의사는 의사대로 소신있는 진료를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전문화, 세분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공분야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안타까움만 가득할 뿐이다.
의사는 진료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고, 환자는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신의 질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하루 빨리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의사들은 시대적 요청을 겸허한 자세로 수용해야 하겠지만, 정부 당국도 국민복지 증진 차원에서 합리적인 개선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의·순천향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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