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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관객 입맛 맞춘 간결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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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관객 입맛 맞춘 간결한 전개

입력
200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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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유니버설발레단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새해 첫 공연(2월 19-21일 리틀엔젤스예술회관)을 가졌다. 「고전발레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대작 중의 대작이다. 1890년에 러시아에서 초연된 이후로 줄곧 인기를 유지했고 유니버설발레단에서는 1994년부터 공연하고 있다.

마리우스 프티파 원작은 원래 서막과 3막으로 전개되는, 총 4막의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옛날 관객들을 위한 구성이었다. 이번에 안무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는 1994년 초연 당시부터 현대 관객의 취향에 맞춰 구성상의 압축을 시도해왔다. 특히 올해는 원작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군더더기를 남기지 않은 편집이 깔끔했다.

서막에서는 오로라 공주의 탄생을 알리는 장면만 짧게 보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1막, 공주의 16세 생일파티가 연결된다. 화환과 꽃바구니를 든 대규모 군무진이 화려한 도입부를 꾸몄다. 악의 요정 카라보스가 시종장의 머리카락을 뽑으며 광적인 저주를 퍼붓는 장면은 원래 서막에 있던 것이다. 또 원작에서와 달리 왕은 애원하는 대신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일락 요정이 이 상황을 마무리하는데 서막과 1막을 합해서 새로운 순서로 배열한 것이었다.

2막도 간결했다. 군더더기 장면을 축소시켜 공주의 잠을 깨우는 과정이 어찌나 빨리 진행되던지 놀랄 정도였다. 대신 춤 부분은 그대로 유지해 군무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고른 체격과 일사분란한 조화가 예사롭지 않았다. 유니버설발레단 산하의 교육제도가 그만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증거였다.

3막에서는 발레다운 화려함이 무엇인지를 한 눈에 보였다. 요정들이 차례로 나와 춤추고 이 여유를 틈타 예복을 입은 신부 오로라가 선망의 대상이 됐다. 수많은 분신들을 거느린 라일락 요정의 등장도 화려함에 가세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플로리나 공주역의 정유진이 이 무대의 주역이었다. 파랑새 2인무에서 보인 동작의 라인이 정교했고 음악을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발레리나 로서 타고난 미모를 춤으로 완전히 전이하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주역을 맡은 박선희는 3막에서 오로라 솔로를 능란하게 소화했다. 가볍고 작은 몸짓에서마저도 연륜이 느껴졌다. 하지만 두 주인공이 춤춘 그랑 빠드되 아다지오는 실망스러웠다. 이 작품의 특징적 기교인 「땅드 쁘와송」(물고기 포즈:남자 무릎에 여자가 엎드리듯 매달리는 자세)이 빠져 주역이 약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면에서 최상급 발레단으로 각광 받을만한 무대였다.

무용평론가 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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