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전쟁이 끝난지 7개월이 지났지만, 불씨는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간의 구원(舊怨)이 삭지 않는 때문이다.두 민족간의 갈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은 코소브스카 미트로비차.
주도 프리슈티나에서 북서쪽으로 40㎞떨어진 인구 6만명의 산업 도시인 이 곳은 당초 알바니아계가 다수였으나 이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을 전후로 마케도니아 등지로 대거 탈출하면서 비율은 반전됐다.
전체 주민의 90%가 된 세르비아계가 이바르강을 중심으로 북쪽을 차지하고, 남쪽은 알바니아계 구역으로 나뉘는 「분단」 지역이 됐다. 최근 피란갔던 알바니아계가 속속 귀향하며 충돌 위험은 고조돼 왔다.
결국 지난 2일 세르비아계가 탑승한 유엔 차량에 대한 수류탄 공격으로 2명이 숨지면서 두 민족간의 갈등은 본격화했고, 계속된 보복공격으로 지금까지 12명이 숨졌다. 영국의 BBC방송은 유혈충돌이 확산되면서 알바니아계는 북쪽의 대학과 병원을, 세르비아계는 남쪽의 우체국을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코소보 평화유지군(KFOR)도 속수무책이다. 25대의 장갑차를 동원, 유혈충돌 방지를 위해 20, 21일 양 지역에서 대규모 무기수색작전을 벌였으나 주민들의 돌팔매에 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이 가운데 충돌양상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21일에는 프리슈티나 등에서 모여든 10여만명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이바르강에 놓인 다리 진입을 시도, 긴급 증원된 프랑스와 덴마크 병력이 최루탄 등을 발사해 겨우 해산시켰다. KFOR의 역할에 대한 한계론도 나온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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