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미술의 도전' 위기감 속 한국미술 대표화가10인 '회화2000'展 열려한국화가 절박한 위기에 놓여있다. 미술대학에는 한국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한국화는 컬렉터들에게까지 더이상 매력있는 컬렉팅 대상이 아니다. 서구미술은 뿌리째 한국미술을 흔들어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학, 조형적 사고, 표현양식 등 모든 면에서 한국화는 서구미술의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위기감을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한 한국화 작가들이 23일부터 29일까지 공평아트센터에서 한국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대형전시회 「회화 2000」을 개최한다. 김식 김흥모 송수련 심재영 오숙환 이길원 이종목 이철주 조순호 홍순주씨 등 한국 화단에서 대표작가로 활동 중인 10인의 작가들이 한지 수묵 채색 혼합매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국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들이 지난해와 올해 완성한 5~6㎙ 대작들을 두 점씩 전시한다.
이철주 중앙대 예술대 교수는 『서구의 미술양식이 보편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미술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다』면서 『한국 미술은 한국적 미의식과 사유체계 속에서 발전하면서 한국미술로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주 동덕여대 예술대 교수는 『전시 작가들이 특별한 모임을 결성한 것은 아니다. 한국미술의 본질로부터 현대를 이끌어내려는 공통의 의지로 참여한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서정걸씨는 『한국적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지만 필치는 서양화의 터치나 드로잉과는 근본부터 다르다』면서 이번 전시회가 서양의 조형이론에 동양적 사상을 접목시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심재영·이길원 추계예술대 교수, 이철주 교수, 이종목·오숙환 이화여대 교수, 재미작가 김흥모씨,전업작가 조순호씨 등이 선보이는 필치는 동양의 필선이 무엇인가 보여준다. 사물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필력을 통해 대상에 내적인 생명감을 불어넣는 작업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또 송수련 중앙대 교수, 홍순주 교수, 전업작가 김식씨 등은 색채와 기법을 통해 전통의 재창조를 보여준다.
서정걸씨는 『흔히 한국화는 현실감이 없다고 폄하하지만 이것 역시 서구의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본 극단적 논리』라면서 『이번 전시회는 한국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모색해 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20세기가 서구 모더니즘이 지향해온 물성의 탐구였다면 21세기의 이념은 이 물성의 탐구를 뛰어넘는 정신의 탐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국화 작가들은 주장한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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