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후유증이 마침내 신당 출현으로 귀결되고 있는 듯하다. 총선을 불과 50여일 남짓 앞둔 시점에서 제4의 정당이 출현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4당 체제로의 변모가 아니라 야당이 핵분열된다는 것, 게다가 기존 야당과 적대적 관계를 갖는 야당이 새로 태어난다는 것이다.한나라당의 분열양상을 강건너 불보듯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물론 있다. 건전한 야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할 것이다. 야당이 공천 후유증을 앓든가 말든가 그것은 야당의 사정이다. 그러나 공천후유증이 분열로 치닫고 결국 제4의 정당으로 방향타를 잡으면 그때부터 국민과 무관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당의 토양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야당 분열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회창총재에게 있다. 그는 이번 공천을 통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을 등에 업고 사람을 바꿔 총선이후 당내 기반을 굳건히 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수월하게 대권가도로 나아가려 했던 것이다. 그의 의도는 일단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잘못하면 한마리 토끼도 잃을 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천 탈락자 끼리 모여 딴 살림을 차리는 것도 국민의 입장에선 탐탁하지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또 하나의 지역당 출현이라는 염려에서다. 그들도 지역당의 냄새를 굳이 지우려 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반(反)DJ 반(反) 이회창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정당은 쉽게 말하면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치행위로서 국정에 도움을 주거나 견제역할을 하는 결사체이다. 정책이나 이념은 안중에도 없이, 누구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 그룹을 형성하고 이를 모태로 정당을 만드는 것은 대의명분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자칫 위인설당(爲人設黨)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제4정당의 출현은 이제 시간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어차피 그 길로 가야 한다면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시 지역감정이나 부채질하고 견제세력으로서의 야당 입지를 약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제4당은 가급적 지역당의 냄새를 지우고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허울만 전국정당이라면 차라리 총선을 위한 무소속구락부로 남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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