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다시 민중의 승리를 이뤄냈다. 개혁파가 압승한 이란 의회총선 결과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지배하는 완고한 정치체제를 국민의 개혁의지로 바꾼 획기적 사건이다. 21년전 유혈 민중혁명으로 팔레비 독재를 타도하고 이슬람 신정(神政)국가를 세웠던 이란인들은 이번에는 평화적 선거혁명으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따라 이번 총선은 이란의 장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것은 물론 이슬람세계와 중동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총선결과는 단기적으로는 개혁적 성직자 모하마드 하타미가 3년전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펼친 정치사회적 자유화정책의 결실이다. 하타미는 총선을 앞두고도 괄목할 언론자유화 등으로 총선을 사상 가장 자유롭게 이끌었다. 개혁적 언론은 지지후보 명단을 발표할 정도로 선진적 언론자유를 누렸다. 집권세력 스스로 개혁의 대세를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개혁파의 대통령직과 의회 장악에도 불구하고 물론 이란의 민주화는 제한적이다. 성직자와 율법가로 구성된 호헌평의회가 의회입법에 승인권을 갖고 있고,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가 사법을 포함한 국정의 결정권을 행사한다. 하타미대통령도 이슬람원리의 틀안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종교지배체제가 국민의 개혁요구를 스스로 수용한 것은 체제의 세속화·민주화를 상징한다. 그 배경은 종교지배체제가 제3세계적인 이란의 정치사회적 과제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자각이다. 종교지도자들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은 비효율과 부패를 해결하지 못했고, 특히 형벌과 교육, 여성지위, 복장 등 국민일상의 엄격한 통제에 대한 반발과 민주화 요구를 억누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란의 지배세력과 국민이 함께 개혁 대세를 따른 것은 이슬람혁명의 모델인 이란이 세속적 민주화에도 모범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서구세력은 이슬람혁명을 공산주의와 같은 「공적(公敵)」으로 규정, 정치 경제적으로 봉쇄해왔다. 그러나 이란혁명은 외세와 결탁한 독재를 타도한 민중혁명이란 것이 공정한 평가다. 지금도 이라크와 시리아 등 세속적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이슬람 원리주의의 저항이 강한 현상은 이슬람혁명의 본질을 말해준다.
이런 관점에서, 이란의 선거혁명은 「민중혁명의 완성」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다. 서구를 비롯한 외부세계도 이제는 이슬람 봉쇄전략의 틀을 벗어나 공정한 시각으로 이란의 내부개혁과 대외적 변화를 전망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