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회 베를린 영화제전세계 영화 시장에서 할리우드의 입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상업적으로는 물론 이제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도 미국 달러의 위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50회째를 맞아 독일의 문화적 전통에 새롭게 초점을 맞추고 야심차게 기획된 베를린 영화제가 또 다시 할리우드 영화에 「기꺼이 투항」함으로써 이제 새 밀레니엄 역시 할리우드산 영화들이 점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20일 폐막한 제50회 베를린 영화제의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미국의 토머스 앤더슨 감독(30)의 「목련(Magnolia)」은 미국 소도시 샘 페르난도 밸리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퀴즈쇼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욕망과 좌절을 거듭하는 인간을 통해 인간의 단절과 소외감이 마치 전염병처럼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과정을 3시간 5분이나 되는 영화 속에 녹여 넣었다. 톰 크루즈, 줄리안 무어, 필립 베이커 할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1998년 포르노 배우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부기 나이트」로 유망주로 떠오른 앤더슨 감독은 단 세 편의 영화로 세계적 스타 감독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감독상도 미국의 코미디언 짐 캐리가 주연한 「맨 온 더 문(Man On The Moon)」을 연출한 미국의 노장 감독 밀로스 포먼, 남우주연상은 흑인 권투선수를 통해 아직까지 여전한 미국의 인종차별을 그린 「허리케인」의 덴젤 워싱턴 등 미국 감독과 배우가 강세를 보였다.
세계 영화제의 단골 수상감독인 중국의 장이무 감독은 노부부의 사랑과 죽음을 잔잔한 화법으로 선보인 「집으로 가는 길」로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주최국인 독일은 「리타의 전설」의 주연배우인 리비비아나 메글라우와 나자 울이 여우 주연상을 공동수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최우수 유럽영화에 돌아가는 「푸른 천사」상은 독일 감독 폴커 슐렌도르프의 「리타의 전설」이 선정돼 5만마르크의 상금이 수여됐다. 일본 오가타 아키라 감독은 「소년 합창단」으로 신인감독에게 주는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했다. 본선에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 출품한 21개 영화가 경합을 벌였고 심사위원장은 중국여배우 궁리가 맡았다. 우리나라는 비경쟁 부문인 「포럼」에 다큐멘터리 「노래로 태양을 쏘다」와 단편 「고추 말리기」 등 2편이 출품되는 데 그쳤다.
13~20일 열린 제50회 베를린 영화제는 새로 지은 포츠담 광장 베를리날레 팔라스트로 무대를 옮겨 진행됐다. 개막작으로도 독일의 대표감독 빔 벤더스의 「밀리언 달러 호텔」을 상영하는 등 독일의 문화적 자주성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으나 결국 미국 영화의 강세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