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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은 열녀아닌 양반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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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은 열녀아닌 양반이 되고 싶었다"

입력
200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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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춘향」(설중환 지음)춘향은 과연 자신을 목숨을 내걸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켰던 열녀였을까. 우리 고전을 현대적 문맥으로 새로 읽으려는 시도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시대에 따른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꿈꾸는 춘향」(나남출판)은 춘향가 심청가 변강쇠가(가루지기 타령)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등 판소리 여섯마당을 현대적 맥락으로 풀어냈다. 곳곳에 인용된 판소리의 구성진 맛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게 자연스런 문장으로 논리를 풀어내 이야기 책을 읽는 것처럼 부담이 없다.

지은이 설중환(고려대 교수)씨는 판소리 여섯마당이 실은 19세기에 살았던 장삼이사들의 「꿈」의 집결체라고 말한다. 당장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지만 염원만큼은 언제나 현재형이었다는 것. 그들은 이야기 속에 꿈을 대입시켰다.

그 증거는 우선 춘향에게서 찾을 수 있다. 춘향의 몸짓은 「주도면밀」로 표현된다. 「사대녀」의 꿈을 안고 있던 춘향은 향단을 시켜 이도령의 용모를 엿보게 하고, 한시를 적어 보내 직접 찾아오란 뜻을 전한다. 자신은 한시를 지을 만큼 학식을 겸비한 여성임을 넌지시 알린 것. 변학도의 수청을 거절한 것 역시 사랑도 사랑이려니와 열녀로서 「사대녀」의 꿈을 이루기 위한 의지의 발현이다. 춘향은 신분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19세기 양반이 되고 싶었던 평민들 꿈의 총합체였다. 이런 매력이 춘향전이 구전된 요인.

「심청전」의 심청은 아버지를 위해 소아(小我)를 버리고 고귀한 성성(聖性)을 지닌 초월적 존재로 다시 태어났으며, 「변강쇠전」은 결국 인간 평등에 기초한 일부일처제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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