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에서 개혁파의 승리는 젊은층 등 개혁 지향 세력의 「바꿔」욕구가 분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투표율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고치인 83%(추계치)를 기록한 것도 혁명 이후 성장한 젊은층과 남녀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원리주의에 엄격한 보수 세력에 반발, 선거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의 선거 연령은 16세다.■의미와 전망
친 개혁파 정치분석가인 사에드 라이즈는『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대선이 개혁과 변화를 위한 선거였다면 이번 총선은 그 개혁의 지속과 가속화를 위한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하타미 대통령은 의회와 사법부를 장악한 보수파의 견제로 정책 집행과 입법 활동에서 한계를 보였다. 1998년 하타미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누리 당시 내무장관은 의회에 탄핵된 뒤 이듬해 말 사법부에 의해 투옥됐다. 보수파는 총선 후보자 등록과정에서도 선별권을 가진 혁명수호위원회를 통해 개혁파를 대거 탈락시켰고 개혁성향 신문들이 폐간되기도 했다. 경제 개방과 외자 유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도 보수파의 국가독점 사업 개방 반대 논리 때문이었다.
따라서 개혁파는 선거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내각과 의회에서 보다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는 서방 시각에서 아랍권 전체의 정치 분위기에도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군부, 사법부, 헌법수호위원회 등은 모두 최고지도자(아야툴라 하메이니)가 통할하기 때문에 하타미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파들은 여전히 보수파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전망이다.
■대외관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는 석유자원과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이란의 대외 정책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타미 대통령은 집권 이후 미국에 관계 개선을 촉구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등 대 서방 접근 정책을 시도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테헤란과 워싱턴의 외교 협상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대기업들도 대 이란 사업 확대를 원하는 분위기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란 국민 다수가 선거를 통해 국가 진로 결정에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열망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란의 어떤 정부와 의회라도 대미, 대이스라엘 관계에서 쉽사리 방향을 틀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란 외교에서 대미 관계와 중동평화 협상은 연관된 사안인데 이란은 그동안 레바논에서 반이스라엘 무장투쟁을 선도해온 헤즈볼라를 지원했고 중동평화 협상에는 부정적이었다. 코란의 내재적 완결성에 근거한 반 이스라엘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란은 1979년 미국 대사관 점거 이후 미국과 단교했으며 아직껏 미국의 테러지정국에 포함돼 각종 경제제재를 받고있다. 미국의 이니셔티브가 먼저 요구되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하타미 대통령의 동생인 의사 출신의 모하마드레자 하타미(40)도 당선이 유력하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고 있으며 개혁파의 의회 장악이 확정되면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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